美‧中 무역갈등 사실상 전면전…“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돼”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중단 등 무역압박으로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들이 일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작 해당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화웨이가 국내기업의 큰 고객인데다 중국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다. 급기야 미국이 화웨이 거래 제한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 이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수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는 유럽과 남미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및 반도체 시장에서는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도 화웨이에 대한 미국 업체의 거래 중단으로 삼성전자와 일부 부품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화웨이가 서버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알파벳 순)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7700억원) 가운데 17.7%(43조2100억원)이 중국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이 쉽지않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중국 매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화웨이 사태의 '불똥'이 실적의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올 1분기 매출(6조7700억원) 가운데 중국이 절반 가까운 47%(3조1600억원)를 차지했다. 같은기간 미국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34.3%에서 31.0%에서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또 우시와 충칭에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 자회사만 13개에 달한다.

그나마 LG전자 스마트폰의 경우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그동안 모바일 부진이 오히려 약이 된 모습이다. LG유플러스가 5G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정도다. 하지만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휴대전화 공장을 중국 현지에 두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프렌치도어 냉장고 생산라인을 창원공장으로 이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의 한 전문가는 "미중간 무역분쟁은 이제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라며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갈수록 양자택일을 강요받겠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절대 안된다. 계속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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