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라면 내부거래율 100%…‘족벌기업’ 경영 여전
함 회장은 거액 배당 챙기며 함박 웃지만 오뚜기 주주들은 ‘씁쓸’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태광그룹이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로 고발되면서 비슷한 처지의 오뚜기 역시 도마에 올랐다. 오뚜기는 이른바 ‘갓뚜기’ 착한기업으로 불리고 있지만 뒤에서는 함영준 회장(사진) 회사인 오뚜기라면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비판이 거세다. 이 회사 내부거래율은 무려 100%에 달한다. 일감몰아주기는 일감 지원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고 중소기업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불공정거래다. 함 회장은 이득을 보지만 오뚜기 주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과거 대리점 가격을 강제하는 ‘나쁜기업’에서 ‘착한기업’으로 이미지 대반전에 성공한 오뚜기가 족벌경영의 한계만큼은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상미식품, 풍림피앤피,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알디에스, 애드리치 등이 오뚜기의 일감몰아주기 회사로 꼽힌다. 대부분 함 회장 일가가 대주주다. 특히 이들 회사들은 2013년 이후 배당을 급격히 늘리면서 2016년 함 회장의 상속세 납부의 든든한 재원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편법없이 상속세를 모두 냈다는 이유로 착한기업으로 불리는 현실과는 괴리가 큰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현실화되자 함 회장도 오뚜기물류서비스 등 일감몰아주기 회사 지분을 정리하거나 줄이는 등 정리에 나섰다. 그동안 일감을 지원한 오뚜기에 지분을 넘기면서 규제를 회피하는 것은 물론 함 회장의 주머니도 두둑해지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따가운 비판여론에도 오뚜기라면 만큼은 놓지 않고 있다. 함 회장의 오뚜기라면 지분율은 32.18%, 오뚜기는 27.65%에 달한다. 이 때문에 오뚜기라면은 사실상 함 회장 개인회사로 통한다. 지난해 오뚜기라면 총매출액 6459억2400만원 중 오뚜기 등 특수관계자 매출액은 무려 6442억990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해마다 배당으로 함 회장에게 갔다.

함 회장에게 오뚜기라면은 효자라고 할 수 있지만 오뚜기 주주들 입장에선 다르다. 현재 오뚜기라면은 오뚜기그룹 실적 집계를 위한 연결 제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뚜기라면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오뚜기 주주들 몫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오뚜기가 오뚜기라면에 일감을 주지 않고 라면을 직접 만들어 팔 경우 오뚜기의 실적은 더욱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앞서 KB증권은 지난해 상미식품, 오뚜기제유 등 일감몰아주기 회사 신규 편입 효과로 오뚜기 영업이익이 60억~70억원 가량 증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일감 몰아주기 회사 중 최대 회사인 오뚜기라면의 매출을 오뚜기가 대체하거나 편입할 경우 실적 개선 효과는 더욱 클 전망이다. 좋은 실적은 주가상승의 최대 촉매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인 오뚜기가 굳이 오뚜기라면이라는 한단계를 더 거쳐 라면 생산을 할 이유도 없다. 이 회사가 함 회장의 회사라는 사실을 제외하고 말이다. 일각에선 오뚜기가 오랫동안 라면값을 동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실제론 함 회장 회사에 대한 비판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를 비판해온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사실상 일감몰아주기 편법으로 큰 돈 들이지 않고 하림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면서 비판을 받은 김홍국 하림 회장의 아들인 준영씨나 ‘갓뚜기’라는 함 회장이나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회사 측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약속한 만큼 함 회장이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립 50주년 맞은 오뚜기가 착인기업 굳히기와 ‘나쁜기업’ 회귀의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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