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때는 한국기업 적극 강조…한일 갈등속 일본 눈치보기?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최근 일본의 보복 조치 이후 일본 출장을 다녀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좋은 기업’에 대한 공감 확산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롯데가 또다시 국적 논란이나 국부유출 논란에 휘말린 상황에서 ‘한국기업’이 아닌 ‘좋은 기업’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과거 신동주-동빈 ‘형제의 난’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일본기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기업을 적극 알린 것과 대조된다.

신 회장은 지난 20일 롯데그룹의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좋은기업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만 설정하는 것은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자리는 신 회장의 일본 출장 이후 열린 회의였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던질 메시지가 주목되던 자리였다.

현재 롯데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제품의 한국 유통 통로가 돼왔던 합작사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은 불매운동에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이 한국기업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롯데는 과거 형제의난 과정에서 일본기업 광윤사가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국적논란과 국부유출 논란이 거세지자 한국기업임을 적극적으로 알린 바 있다. 광윤사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다. 당시 신 회장의 한국어 실력이 화제가 되고 일본 현지 언론도 롯데가 경영권 분쟁을 ‘시게미쓰 일족의 난'이라며 뜨거운 관심을 보인바 있다. 롯데는 조세특례제한법상 법인세 각종 조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포함된 계열사도 국내 재벌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의 난’때와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신 회장과 롯데의 대응은 그때와 다른 셈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롯데가 좋은기업이라는 데에 대해 적극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롯데는 골목상권과의 잦은 마찰, 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갑질, 납품업체 뒷돈 비리 등으로 비판 받아왔다. 한국 유니클로 역시 성장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공군 활주로를 틀어서 세운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는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신 회장 스스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와 경영비리 사건 등으로 유죄를 받았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롯데는 그동안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나 오너의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상생과 사회적책임을 강조했지만 같은 사건이 반복돼왔다”며 “롯데가 한일 모두에 다리를 걸친 상황에서 한국기업임을 적극 강조하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