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재고 손실 우려”…밀어내기 불공정행위 고발 등 강력반발
최대주주 AB인베브 매각설 재부상…기업가치 부풀리기용 가능성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오비맥주가 여름철 성수기에 맥주 가격 특별 할인에 나서면서 소상공인과 갈등을 빚고 있다. 최대주주 AB인베브의 오비맥주 매각 추진설이 재부상한 가운데 사실상 매각 전 실적 끌어올리기용 아니냐는 분석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24일부터 8월31일까지 대표 브랜드 맥주인 ‘카스’와 발포주 ‘필굿’을 특별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기간 카스 병맥주는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원22전에서 1147원으로 4.7% 내려간다.

오비맥주는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도록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은 울상이다. 최근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와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가격 인하 철회를 촉구했다. 도매상이 기존에 사들인 재고분의 경우, 이번 특별행사에 따른 할인가가 적용되지 않아 자칫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상공인의 혜택을 목적으로 했다는 오비맥주의 설명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오비맥주는 ‘철회 불가’로 선을 그었지만 피해를 우려하는 소상공인들은 재고분을 반품받고 다시 출하하거나 재고분 전량에 인하분 만큼 보상하라고 맞서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오비맥주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 고발 등도 경고했다.

양측의 갈등을 떠나 오비맥주가 가격 정책에 곧바로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판매정책을 결정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오비맥주의 할인정책 배경이 소비자와 소상공인 혜택과는 다른 곳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소유한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AB인베브는 외국계 증권사들을 통해 국내 유통 대기업과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오비맥주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B인베브는 2016년 세계 2위 맥주업체 사브밀러를 인수하면서 생긴 차입금이 100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B인베브는 애초 이달 아시아 사업부를 홍콩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었지만 상장이 중단됐다.

결국 오비맥주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무릎 쓰고 단기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할인행사에 나섰다는 풀이다. 하지만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자산 매각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름철 성수기에 오비의 할인행사는 이례적인 일로 최근 테라를 앞세운 하이트진로의 맹추격, 주세법 등 여러 요인이 겹쳐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할인으로 상생을 강조해온 도매상 등 소상공인과의 마찰이 드러난 것은 기업가치에 감점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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