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중단 소식에 이어 임원 주가 폭락 전 전량 매도
소액주주 분노…정치권 “초대형 금융사기” 수사 촉구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울상이다. 초대박을 기대했던 ‘펙사벡’의 임상 중단에 주가가 급락한데다 이 회사의 임원이 주가급락 전 주식을 전량 매도해 막대한 현금을 챙겼다는 소식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인보사 사태에 이어 올해 또 다시 개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바이오업종 전체에 대한 투심 냉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이 ‘초대형 금융사기’라며 문은상 신라젠 대표 등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신라젠 주가는 전일대비 400원(2.82%) 오른 1만4600에 거래가 마감됐다. 주가가 급락한 지난 2일 이후 첫 반등이지만 그동안 낙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주가는 급락 전 4만원 대비 3분의1토막 수준이다.

그동안 투심을 끌어들였던 펙사벡 임상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주가급락 기폭제가 됐다. 신라젠은 지난 2일 말기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펙사벡' 임상3상 관련 무용성 평가 결과 미국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에서 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 따져 임상시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펙사벡 임상 성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가 됐다.

신라젠 측이 임상 참여자의 상당수가 펙사벡외 다른 약물을 투여한 영향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문 대표가 수십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떨어지는 칼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라젠이 권고에 따라 임상 3상을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전략도 자력 글로벌 임상에서 기술수출로 바뀔 예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도덕성 결여다. 신라젠 한 회사 임원의 기가막힌 투자 성공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회사 모 임원은 임상중단 권고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주식을 처분해 약 88억원을 현금화했다. 미국 무용성 평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나온 현직 임원의 주식 전량 매도였다.

이에 대해 신라젠 측은 "개인적 사유로 펙사벡 무용성 평가 결과를 미리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투심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앞서 문 대표도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신라젠 주식 156만주(약 1325억원)를 매도했으며, 그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 4명도 같은 시기에 271만여주(약800억원) 정도를 현금화했다. 당시 신라젠 주가는 10만원에 육박했다.

신라젠의 기술력과 미래를 믿고 주식을 그대로 보유했다가 이번 악재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된 개미들의 현실과 대조된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초대형 금융사기로 개인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검찰은 문은상 대표와 임원들을 출국정지 시키고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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