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상품에 혈세 580억원 투자해 원금 80% 날려
한투 불법대출 혐의로 조사중에도 위탁운용사 선정도 재조명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고용노동부의 위탁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이 DLS(파생결합증권) 금융상품으로 투자금을 대부분 날리면서 자질 논란이 거세다. 투자에는 손실 리스크가 따른다고는 하지만 국민 혈세를 위탁받은 금융사로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자초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앞서 위탁사 선정 과정에서 불법대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금융사 신뢰도에 물음표가 제기된 한국투자증권을 고용부가 그대로 위탁사로 선정했다는 사실도 뒷말을 낳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9조원대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7월 10년물 독일국채 금리 연계형 파생상품에 584억원을 투자했다가 1년여만에 476억6000만원의 손실을 냈다. 손실액은 원금의 80%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이 투자한 파생상품의 기대수익률은 최대 연 5~6%에 그치는 반면 금리가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전체를 잃을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문제는 혈세인 고용보험기금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이라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실적을 위해 무리한 투자로 손실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캡쳐

고용부에 대한 시선도 차갑다. 올해 위탁사 선정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은 대기업 회장 불법대출 혐의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금융사로서의 신뢰도에 의구심이 생기는 사건이었지만 고용부는 제재가 결정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투자증권의 후보자격을 유지했고 이 증권사는 결국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고용부는 올해 운용사 평가 기준에 투명성 기준까지 신설했다.

당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부가 ‘고용산재기금 차기 주간운용사 선정기준’에 투명성 지표 측정을 신설하고도 불법 대출 등 관련법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증권사의 입찰 참가에 감점 조치 등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우선협상자로 확정된 이후 금융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의 불법대출 혐의를 인정하고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했다. 애초 금융당국이 기관경고와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 조치 안을 예고한 것에 비해 상당히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도덕성과 신뢰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위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만큼 고용부의 위탁사 중도 교체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키우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혈세인 정부 기관 기금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안정성”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혈세를 맡기기 부담스러운 증권사라는 인식이 공공기관 사이에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이미지가 향후 기금을 운영중인 정부기관 위탁사 선정에서 일종의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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