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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난국을 타개할 지혜는 없는 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과 진영을 떠나 국민의 말 경청해야
2019년 09월 02일 (월) 09:47:38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당대 주역(周易)의 대가로 꼽히는 대산(大山) 김석진(92)옹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올해 초 국운과 관련해 ‘수뢰둔(水雷屯)’괘를 얻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올해는 ‘어려운 해’라는 뜻이다. ‘둔(屯)’자는 ‘어려울 준’자로도 쓰이고, 설문해자(說文解字)는 ‘둔’을 ‘어려울 난(難)’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즉, ‘수뢰둔’ 괘는 초목(草木)이 처음 생겨날 때 어려운 상(象)이며, 다사다난(多事多難)과 만사노고(萬事勞苦)를 상징한다.

‘수뢰둔’ 괘의 의미와 같이 올해는 80~90년대 표현을 빌리면 ‘총체적 난국’이다. 미 중 패권전쟁, 일본의 경제침략,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갈등’, 남북-북미관계 교착, 경제 침체, ‘조국 사태’ 등 국내외적으로 난제들만 쌓여 있다.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수뢰둔’ 괘에는 첫째, 은인자중하며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초목이 막 땅을 뚫고 올라오거나 갓난아기가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비가 천둥번개와 더불어 많이 오는 상황에서는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

황태연 동국대 교수의 ‘실증주역’에 따르면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김정일의 운과 관련해 재야 역학자는 이 ‘수뢰둔’ 괘를 얻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3년을 ‘유훈통치’ 기간으로 선포한 뒤 외출을 자제하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 권력 세습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세출 효자’라는 홍보로 민심을 얻어 북한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은인자중해야 한다. 조국 법무장관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장관후보들에겐 청문회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도 크게 동요해서는 안 된다. 조용히 지켜봐야 한다. ‘때’가 그런 ‘때’라는 얘기다.

둘째,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정신이 담겨져 있다. ‘수뢰둔’ 괘는 원래 ‘하늘과 땅의 기운이 상교(相交)해 처음으로 생명이 창생(蒼生)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남회곤은 ‘역경잡설’에서 “둔괘는 진정한 사업의 성공이 곤란을 겪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괘는 진정한 혁명의 괘라는 것이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하나의 사업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가들은 투자와 생산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이 잘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과거 큰 부자들은 전쟁 때 큰돈을 벌었음을 참고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절호의 시기다. 위기가 기회이며 돈은 어려울 때 벌수 있다.

공자는 또한 이를 새로운 정치국면이 창출되는 상황으로도 파악했다. 최근 정치적 쟁점이 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출범 등이 그 상황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한 일관계, 남북관계도 새로 시작해야 한다. 한 미관계도 마찬가지다.

셋째, 겸손과 경청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상교해 처음으로 생명이 창생되는 상황’에선 교만은 금물이다. 나대다가는 크게 다친다. 남회곤은 ‘수뢰둔’ 괘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옛날의 지도자들은 어진 사람에게는 아랫사람이라 해도 예를 다했다. 자신을 낮추어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자연 사람들의 지지를 받게 되어 민심을 크게 얻기에 이르렀다.” ‘낮고 천한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그리고 조국 후보 등이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산 정약용은 ‘주역사전’에서 ‘수뢰둔’ 괘의 초효(初爻)를 바꾸면 ‘수지비(水地比)’ 괘가 된다고 했다. 초효를 양에서 음으로 바꾸는 효변(爻變)을 일컫는다. ‘수지비’ 괘는 전쟁이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지내는 상황이다. ‘비’는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늘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효변이 필요하다. 그 길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과 진영을 떠나서 전문가들보다 일반 국민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저 낮은 곳’, ‘좁은 문’으로 가면 양이 음으로 바뀌는 효변이 일어나 모든 다툼이 끝난다. 어려울 때일수록 지도자들이 매사에 은인자중하고, 겸손과 경청으로 국민을 대하면 지혜가 모아지고 국력이 결집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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