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좋다던 3D TV 시장서 소리없이 퇴출
‘8K TV’ 기술 자랑보다 콘텐츠 확보 매진해야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논쟁이 뜨겁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8K TV까지 분해해 삼성의 기술력을 폄하하자 삼성전자도 LG OLED 8K TV가 동영상 재현도 제대로 못한다면서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2017년 LG OLED TV 잔상현상을 공격한 지 2년만이다.

이번 갈등은 LG전자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삼성전자 QLED 8K TV가 픽셀 수만 8K이지 해상도 측면에선 8K가 아니라며 기술력을 평가절하하면서 불거졌다.

LG전자는 지난 17일에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간담회를 열고 자사 제품과 삼성전자 QLED 8K TV를 비교 시연했다. 당시 LG전자는 깜깜한 배경에 별이 쏟아지는 영상을 재생하면서 삼성전자 TV가 별빛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화질 선명도(CM) 값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국제표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특히 LG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QLED 8K TV를 분해해 삼성 TV가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LCD TV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도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같은날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8K TV 설명회를 열고 LG전자 OLED TV 단점을 지적했다. 삼성은 QLED 8K TV에 띄워진 신문의 경우 모든 글자가 선명하게 읽혔지만 LG OLED 8KTV에서는 단어들이 뭉개지는 등 작은 크기의 문자를 알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LG전자가 제기한 CM 문제와 관련해 1927년 발표된 오래된 개념으로 8K 기술을 판단하는 결정적 잣대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에 대해 업계에서는 신시장인 8K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양사는 2011년 3D TV, 2012년 고용량 냉장고 등 우수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갈등을 빚었다.

자사의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기 위한 행위였지만 역풍도 거셌다. 2011년 3DTV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소비자들은 제대로 볼 수 있는 콘텐츠도 없는 상황에서 기술 자랑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사가 최고 세계라고 자랑했던 3DTV는 3D안경의 불편함과 콘텐츠 부재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삼성과 LG 모두 현재 3D TV를 생산하지 않는다.

이번 논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얼리어답터라고 불리는 직장인 K씨는 “과거 3D TV 때도 서로 자기네 기술력이 좋다고 싸웠지만 지금 3D TV를 쓰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라며 “현재 일반 가정의 TV도 소비자들이 보는데 큰 부족함이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기술자랑보다 독자적인 콘텐츠 확보에 매진하는 것이 매출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오히려 이번 양사의 비방전으로 8K TV 자체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전자업계에서도 해외 경쟁업체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양사의 상호비판은 건전한 수준에서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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