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타파·미탁' 車 피해 손해액 189억원
9개사 손해율 97%…MG·더케이 100% 넘어
하반기 실적부진 우려에 중소형사 위기감 고조

▲ 한반도를 잇따라 강타한 태풍 여파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손해보험업계가 실적부진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실적부진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동차보험 적자가 예고된 가운데 '링링·타파·미탁' 등 중형급 태풍이 한반도를 잇달아 강타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경쟁 심화와 대출규제 강화 등 업황 악화로 수익내기가 녹록치 않게 돌아가면서 실적악화에 직면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생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기록적인 '물폭탄'을 퍼부었던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인한 차량 침수·파손 피해는 총 1261건에 달했다. 침수 피해가 940건, 날아오는 물체로 인한 비래(飛來)물 피해가 321건이었다. 이로 인한 손해액은 109억4200만원에 이른다.

지난달에도 일주일 간격으로 태풍 두 개가 한반도를 지나면서 차량 피해가 속출했다. 9월 초 발생한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4070건의 차량 피해가 접수됐고, 손해액은 69억4800만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역대 5위급의 강한 바람 탓에 평소엔 잘 발생하지 않는 비래물 피해가 99% 이상(4053건)을 차지했다.

제17호 태풍 '타파'로 인한 자동차 피해는 457건, 손해액은 10억300만원이었다. 이로써 세 태풍으로 인한 자동차 피해를 모두 합하면 5788건, 188억9300만원에 달한다.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현재까지 총 7개로 기상 관측 이래 1959년과 함께 가장 많다. 

이처럼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덮치면서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 등 주요 손보사 9곳(가마감 포함)의 지난 8월 손해율 평균은 97.4%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삼성화재는 92.6%, 현대해상 95.4%, DB손보 92.3%, KB손보 93.0%이었다. 

중소형 손보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화손보와 롯데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각각 96.7%, 99.8%를 기록했고 MG손보는 117.8%, 더케이손보는 101.8%에 달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손해율 상승은 곧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료를 받아도 손해액을 다 충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손보사들의 실적은 매년 악화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손보업계의 총순익은 3조2373억원으로 1년 새 719억원(17.8%) 줄었고, 보험료 인하 및 폭염 등에 따른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영업손실 규모는 1조7223억원에서 3조1090억원으로 1조3867억원(80.5%)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총순익이 전년보다 6219억원(29.5%) 줄어든 1조4850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의 누적적자도 우려스러운 정도다. 손보업계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7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고, 올해에도 손해율 악화가 이어지는 만큼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손보사들은 연말 보험료 인상을 내심 바라는 눈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미 올 1월과 6월에 각각 3%, 1.5% 수준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만큼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손보사들은 당장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영여건 악화로 비용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만큼 연말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감축 등 칼바람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실적 감소분을 상쇄할 만한 수익원 찾기도 쉽지 않다"며 "손보사 대부분이 예년 만큼의 실적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영업점 축소, 희망퇴직 등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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