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의 해’인 내년 남북관계, 경제 발전 이룰까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나 새해 전망과 예측에 대해 갈증을 느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2020년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까. 21대 총선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일관계, 한중관계는 어떻게 될까. 무엇보다 2020년 한국경제는 좋은가 나쁜가. 내 호주머니 사정은 과연 좋아질까.

최근 필자는 이런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줄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읽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이하 트렌드)’과 ‘2020년 운명을 읽는다(이하 운명)’. ‘트렌드’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연구진 9명의 공동저작이며, ‘운명’은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의 저작이다. 사회과학자와 인문학자가 낸 ‘트렌드’와 ‘운명’은 전혀 다른 주제를 다뤘음에도 공통의 키워드가 있다. ‘트렌드’는 ‘성장’, 운명은 ‘중흥’을 2020년 키워드로 설정한 것이다. 유사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는 김난도 교수의 주도로 서울대 소비자 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기획 연구 분석한 결과를 성의현 사장의 ‘미래의 창’이 2007년부터 매년 발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매년 띠 동물이 포함된 키워드 10개의 영문 앞 글자를 조합해 소비 트렌드 슬로건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트렌드 코리아 2019’는 돼지해에 맞게 두문자어(acronym·단어의 머리글자로 만든 말)로 ‘PIGGY DREAM(모두에게 돼지꿈을)’을 제시했다. 

김난도 교수는 2020년 슬로건을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에서 착안한 ‘마이티 마이스(MIGHTY MICE)’로 선정했다. ‘마이티 마우스’는 슈퍼맨급 영웅쥐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내용의 고전 만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다. 다만, 10개의 키워드에 해당하는 10글자로 운율을 맞추기 위해 5자의 ‘마우스(Mouse)’ 대신 복수인 4자의 ‘마이스(Mice)’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트렌드’의 두문자어가 ‘MIGHTY MICE(위기를 극복하는 작은 히어로들이 온다)’인 것이다. 이에 따른 ‘2020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멀티 페르소나(Me and Myselves) : 내 자아가 여러 개로 분화된다는 뜻이다. 다양한 상황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매체 등에 따라 가면(페르소나)을 바꿔 쓰듯 전환이 빠른 다중 정체성을 의미한다.

라스트 핏 이코노미(Immediate Satisfaction : the ‘Last Fit Economy) : 소비자가 얻는 최종적인 만족이 구매의사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온라인과 비대면 사업이 늘면서 소비자와의 마지막 접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마지막 순간을 잡는 자가 시장을 잡는다. 

페어 플레이어(Goodness and Fairness) :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진다는 뜻이다. 공정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는 제품을 구매할 때도 그 브랜드의 공평성과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라이프(Here and Now : the ‘Streaming Life) :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단지 음악을 듣는 방식을 넘어 삶의 방식이 바뀐다는 뜻이다. 모든 콘텐츠는 저장되지 않고 흐른다. 상품 서비스 공간 경험 등을 소유하는 삶에서 스트리밍 삶으로의 이행이 가속화될 것이다. 

초개인화 기술(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고객의 니즈를 예측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아마존은 고객을 0.1명 단위로 나눈다. 같은 사람이라도 출근과 퇴근할 때, 평일과 휴일에 소비 행태가 다르다. 기업은 개인을 구체화해 개별 소비자에 맞춰야 한다. 

팬슈머(You’re with Us, ‘Fansumer’) : 팬심과 덕심으로 뭉친 소비자들을 뜻한다.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 스타를 키워내는 소비자이면서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만 간섭과 견제도 하는 신종 소비자다. 

특화생존(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 소비자 요구가 극도로 개인화하면서 기업들은 더 쪼개고, 나누고,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와 상품은 특별해야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불특정 다수보다 확실하게 관심이 있는 특정 고객에 올인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좁히고, 줄이고, 날을 세워라.’고 주문한다.

오팔세대(Iridescent OPAL : the New 5060 Generation) : 신노년층(OPAL :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으로 5060세대, 베이비부머 대표들을 뜻한다. 이 소비자들의 역할이 커지고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 활용에 능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 소비를 보여준다. 

편리미엄(Convenience as a Premium) :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한 것이라는 뜻이다. 즉,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가격과 품질보다 시간이나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함에 점수를 주는 시대다. 소유에는 시간 개념이 없으나 경험에는 시간 개념이 중요하다.  

업글인간(Elevate Yourself) :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어제의 나보다 한 단계 성장하는 ‘자신과의 싸움’에 더 신경 쓰는 사람을 뜻한다. 성공 기준도 바뀌었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승진보다 성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특히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에서 “MIGHTY MICE로 표현한 2020년 10대 키워드의 가장 중요한 세 축은 ‘세분화’, ‘양면성’, 그리고 ‘성장’이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성장’이란 축에 주목한다. 그는 “최근 변화 중에서 가장 주목할 현상이 ‘성장’과 관련한 욕망”이라면서 “개인만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가치관도 변한다. 최근 ‘공정’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공정’을 사회성장의 척도로 본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의 말미에 이렇게 강조했다. “2020년 업글인간의 등장은 대한민국 행복의 무게 추가 목적의식 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재미와 의미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는 비록 “나라 안팎의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내다봤지만, ‘성장’을 10대 키워드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장’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성장’, 국가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은 김두규 교수가 ‘운명’에서 제시한 키워드 ‘중흥(中興)’과 맥락을 같이 한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힘센 흰쥐의 해’라고 한다. 그는 “흰쥐는 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지도자 쥐이자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데다가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나다. 뭇 쥐의 우주머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경(古鏡)’ 비결의 “흰쥐를 만나면 큰 일이 중흥한다(遇白鼠大事中興·우백서대사중흥)”는 대목을 인용하며 “경자년은 강한 지도자가 냉철한 이성으로 재물을 증식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경자년의 경(庚)은 금(金)이고 자(子)는 수(水)이다. 쇠(金)는 하얗고 물(水)은 맑아 냉철한 이성의 기운이 충만하다. 이른바 ‘금백수청(金白水淸)’...‘경’은 오행상 큰 바위(혹은 광산에서 캐낸 원철)이며, ‘자’는 오행상 큰 물(壬:임)과 작은 물(癸:계)의 합성품이다. 따라서 ‘큰 바위에서 물이 콸콸 솟음’, 혹은 ‘먹구름(庚:경)이 큰 비(子:자)가 됨’을 의미한다...바위는 강한 지도자를 의미하며 물은 재물을 의미한다.”     

김두교 교수는 이어 2020년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도 비결을 인용하며 “가을의 큰 쥐가 큰 곡식 창고에 들어가는 형국이다. 풍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비결은 “쥐가 넓은 창고에 들어가니 의식이 풍족해지고, 내가 금 광산에 들어가니 황금이 눈앞에 가득하다(鼠入廣倉 豊足衣食 我入鑛山 在前黃金·서입광창 풍족의식 아입광산 재전황금)”고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두규 교수는 특히 “한 나라의 운명은 단순히 천시(天時)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지도자의 운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의 운은 어떠한가. 김 교수는 “2020년 금운이라 관운을 강하게 하여 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0년 문 대통령의 운을 이렇게 설명했다. “임기응변의 지혜로 명예가 높아질 것이다. 2020년 경자년의 ‘경’은 정관(正官), ‘자’는 편인(偏印)으로 명예와 뜻밖의 문서를 쥘 수 있는 길운이 된다.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이겨 명예가 더욱 높아진다. 대통령보다 명예로운 것이 없으나, 남 북, 한 일 사이에 발전적인 새로운 협정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는 또 다른 명예로운 문서를 쥘 수도 있다.”

2020년이 ‘중흥의 해’이고 문 대통령의 운세 또한 ‘길하다’고 하니 경제도 좋아지고 남북관계도 풀릴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두규 교수는 “우리 대통령뿐 아니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지도자의 한반도에 대한 발언이나 생각은 우리나라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주요 지도자들의 2020년 운세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의 운세를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 운세에 대해 “머리가 맑아지고 빛을 발하여 길하다. 2020년 운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 아래 큰물이 흐리기에, 메마른 논밭이 윤택해지는 해이다. 길하다. 2020년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은 별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는 “2019년 기해년보다 더 좋은 운이라 그의 가는 길은 막힘이 없다. 시진핑 주석의 성공은 타고난 사주에다가 풍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운세는 좋지 않다. 김 교수는 아베 총리에 대해 “2020년 운세는 그 기운이 극에 달하여 결국에는 패망에 이른다는 극성지패가 염려된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 시진핑은 모두 공동의 목표를 갖고 같은 운의 흐름으로 흘러가 공동체 의식을 갖는다”며 “(아베는)주변 지도자들과는 다른 운의 흐름이다. 이들과 충돌하는 운세”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2019년 8월, 2020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며 ‘국민중심 경제강국’이란 목표를 세웠다. ‘성장’과 ‘중흥’이란 키워드에 부합된다. 이 키워드는 경자년의 ‘힘센 지도자’를 전제로 한다. 그래야 ‘물질적 풍요’가 이뤄진다. 다시 말해 문재인 대통령이 ‘힘센 지도자’가 돼야 ‘성장’과 ‘중흥’을 이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속을 비움으로써 속을 강하게 하고(虛中强中·허중강중), 자신감과 함께 권위를 세우고 기세를 갖춰 꼿꼿한 자세로 카리스마를 보여야 한다(堂堂亭亭‧당당정정)”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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