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료 방송 1위지만 자리 지킬지 미지수
케이블 시장도 통신 3사가 양분한다는 비판도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의 기업결합이 불허된 지 3년 만이다. 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인허가 절차 역시 낙관적이다. 두 기업의 세 불리기로 KT는 1위 자리가 위태로운 지경에 몰리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두 기업의 M&A에 대해 승인했다. 다만 공정위는 2022년까지 케이블TV 수신료가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인상하지 않도록 했다. 또 전체 채널 수와 소비자 선호 채널을 사업자가 임의로 감축하거나 고가형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했다.

SK텔레콤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즉각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은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뤄지며 SK텔레콤이 합병법인의 지분을 74.4% 보유한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의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한다.

이제 두 기업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SK텔레템의 경우 합병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 절차가, LG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의 판단이 관건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무난히 통과한 만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향후 절차에서도 무난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종적으로 양사의 M&A가 마무리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현재 '1강 4중' 체제에서 '3강' 체제로 재편된다. LG유플러스·CJ헬로 합산점유율은 24.5%,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는 23.9%로 올라가면서 유료방송 1위 KT(IPTV)·KT스카이라이프(31.1%)를 바짝 추격하는 구도가 된다.

KT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상황이 예고된 셈이다. 양사가 진격을 거듭하는 동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KT 입장에선 ‘부동의 1위’라는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막강한 경쟁자가 둘이나 생기는 부담을 안게 됐다. KT는 지난달 조회공시에서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시장 개편은 최근 유료방송 생태계 변화와 관련이 있다. 기존 방송 콘텐츠를 단순 재송출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던 케이블TV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고, 통신사 IPTV 역시 가입자·매출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볼거리로 무장한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료방송시장을 비롯한 방통시장 지형 변화의 중요 전환점이 된다는 점에서 지난 수개월간 엄중하고 면밀한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선 그동안 중견사업자가 주를 이뤘던 유료방송 시장이 결국 통신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료방송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대기업들의 혜택을 주로 이동통신 서비스와의 결합서비스에 집중된다”며 “해당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경우 선택권에 영향을 받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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