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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완의 세계窓] 때론 외교혁명이 필요하다
미국의 일방적 압박 한미 동맹 관계 변화 초래
친러 행보 ‘터키의 마이웨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2019년 11월 29일 (금) 10:03:29 곽영완 webmaster@smedaily.co.kr

최근 미국은 오랜 동맹인 한국에 대해 방위비 대폭 인상 등 다양한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방위비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한 미군의 축소 내지는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심지어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 교류인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도 방위비와 미군 문제를 매개 삼아 일본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전역에서 동맹국들을 상대로 자국의 이익에 집착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에 대처하는 외교적 방안을 터키가 보여주고 있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터키는 최근 전술 미사일 도입 과정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은 끝에 아예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러시아로부터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해 미국을 자극했다. 터키는 이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에서 구매한 S-400 지대공 미사일의 성능 실험에 미국제 F-16 전투기를 동원하는 등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당연히 미국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F-16 전투기가 동원된 S-400 테스트에 미국 관계자가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불쾌해 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실질적으로 터키의 태도를 되돌릴 마땅한 카드가 없어 고민이 커 보인다.

터키의 행동이 더욱 놀라운 것은 러시아와는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기 이전부터 적대적 관계였기 때문이다. 터키는 전신인 오스만제국 시절부터 러시아의 침략을 받아왔고, 1차 세계대전도 각각 동맹국과 연합국으로 전쟁을 치른 구원(舊怨)이 있다.

이 같은 과거의 관계를 볼 때 터키의 최근 행위는 일종의 외교혁명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우호적인 국가와의 선린 관계에 금이 조금 가더라도 국익을 위해 과거 적대적이었던 국가와 새로운 협력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역학관계를 활용한 외교정책이기도 하다.

사실 외교혁명이라는 용어는 고유명사다. 구체적으로는 200여 년 동안 주적 관계였던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18세기 중반 동맹을 맺은 것을 말한다. 200여 년의 기간 중에서 최고조의 갈등은 17세기 초중반 구교인 가톨릭 국가들과 신교인 개신교 국가들 간의 전쟁인 30년 전쟁(1618~1648년)에서 빚어졌다. 프랑스가 같은 가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에 대항해 반합스부르크 성향의 신교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전쟁을 치를 정도로 양국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어쨌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동맹을 맺은 뒤에 러시아도 가세했는데, 이에 반발해 이루어진 동맹이 영국과 프로이센 동맹이었다. 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과 영국의 동맹도 프랑스-오스트리아 동맹 못지않은 외교혁명으로 불릴만한 사건이었다.

이 두 동맹은 곧 유럽에서의 패권 장악과 식민지 쟁탈을 놓고 7년 전쟁(1756~63년)을 치뤘다. 승리를 차지한 쪽은 영국-프로이센 동맹이었다. 이로써 영국은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던 식민지까지 빼앗아 식민제국을 건설했고, 프로이센은 독일연방 내에서 강력한 입김을 발휘하며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이처럼 과거 적대적 국가와의 선린 관계를 맺는 외교혁명은 때론 국익을 확장하는 강력한 정책이기도 하다. 과거 프랑스-오스트리아 동맹에 대항해 맺은 영국-프로이센 동맹과 최근 터키의 친러시아 정책도 국익을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외교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과 일본 일변도의 동맹 외교를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온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일본의 무모한 무역 도발로 인해 일본과는 다소 멀어졌지만 미국과의 관계 변화는 보다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변화는 필요하다.

미국이라고 전 세계 모든 나라를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시금석이 친러시아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터키의 변신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반응이다. 인근 지역, 즉 동유럽과 중동에서 입김이 큰 터키를 강력하게 압박할 경우 그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미군이 존재하는 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다. 무엇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터키 못지않은 중요한 요지에 있다. 미국의 강력한 경쟁국가인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도 인접해 있다. 외교혁명의 상대는 당연히 이들 국가다. 무엇보다 동맹은 간섭과 압박의 대상이 아니다. 상호 이익이 있을 때 동맹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지 일방적인 이익을 위해 한쪽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동맹 관계는 큰 의미가 없다.

미국이 한국의 외교혁명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터키의 사례가 참고가 될 것이다. 과연 미국이 한국의 외교적 변화에 직면해서도 자국의 이익을 버리고 방위비 인상이나 주한 미군의 축소 내지는 철수를 거론할 수 있을까. 지금은 외교적 스탠스의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제스처가 필요할 때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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