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반기’로 ‘원 한진’ 지켜낼지 관심
반도건설 등 외부 세력 합종연횡도 부담

▲KCGI 등 외부세력이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원(ONE) 한진’ 구축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 오른쪽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왼쪽은 조현아 전 부사장.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꿈꾸는 ‘원(ONE) 한진’ 목표에 비상이 걸렸다.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지분이 형제들에게 고르게 배분된 상황에서 경영복귀와 호텔사업 정리를 놓고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반도건설의 등장으로 총수일가를 비롯한 주요 주주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 조 회장의 별세 이후 회장직에 오른 조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주총까지다. 조 회장은 현재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연임에 성공해야만 실질적인 그룹 경영권 확보는 물론 승계 정통성 확보에 유리하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등이다. 지분 17.29%를 보유한 강성부펀드(KCGI)가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형제간 협력이 필수적인 셈이다.

하지만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갈등을 빚고 있다. ‘물컵 갑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경영에 복귀한 반면 조 전 부사장은 이름이 빠지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조 회장이 적자 호텔 사업을 정리하려는 것도 이 사업에 애착이 강한 조 전 부사장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갈등은 애초 ‘내부 전투’로 끝날 것 같았다.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 회장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반도건설이 계열사 대호개발을 통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보유 지분율을 8.28%까지 확대하고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의 ‘단순취득’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반도건설, KCGI, 조 전 부사장측이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 회장 일가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KCGI를 배제하더라도 반도건설과 조 전 부사장의 만남은 조 회장에게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의 지분을 합하면 15%대로 올라간다. 여기에 모친 이명희 고문 지분(5.31%) 합류 가능성도 높다. 조 회장이 지분 10%를 가진 백기사 델타항공과 함께 맞선다고 해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모든 당사자와 협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 없다"고 밝히면서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반도건설이 외부세력과 맞손을 잡으면서 오히려 조 회장 삼남매간의 화합을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반도건설이 KCGI, 국민연금(4.11%) 등과 함께 하면 지분율 29.68%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넘어서게 된다.

일각에선 호텔사업 계열분리 가능성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호텔을 얻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2002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 별세 이후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으며 그 결과 각각 항공(조양호), 중공업(조남호), 해운(조수호), 금융(조정호)으로 사업이 분리됐다. 하지만 한진그룹이 이미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 계열분리를 하려면 방식도 복잡하고 엄청난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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