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와 경제 활성화로 국민에게 희망줘야

정세균 총리는 지난 19일 삼청동 총리공관에 입주했다. 이날도 오전엔 인왕산 트레킹을 하고 오후에 간단한 짐을 챙겨 공관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 거주했던 종로구 사직동의 주민들이 무척 서운해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 총리 행보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 특유의 ‘달빛 행보’ 때문인가.  

앞서 총리에 취임한 다음날(15일) 정 총리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정의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문 의장은 “‘미스터 스마일’의 진면목이 드러날 때가 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책임총리로서 내각을 잘 이끌어나가실 거라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정 총리는 “협치를 하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치를 강조했다. 17일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하자 정 총리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18일 민생현장(우림시장)에서도 “경제 활성화를 첫 번째 중요한 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미스터 스마일’, ‘책임총리’, ‘협치’, ‘경제 활력’. 정 총리가 챙겨야 할 키워드는 다 나온 셈이다. 첫째, ‘미스터 스마일’은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총리’를 뜻한다. 웃음을 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민에게 희망의 선물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Santa Claus), 선물을 가득 담은 포대를 둘러메고 다니면서 어려운 중생들을 돌봐줬던 포대화상(布袋和尚)의 길을 가는 총리의 이미지가 바로 ‘미스터 스마일’인 것이다. 민생의 선물부터 나눠주기 바란다. 

둘째, ‘책임총리’는 헌법 제86조 2항에 따라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총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쓴 소리하는 총리’, ‘국정에 책임을 지는 총리’의 뜻도 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시스템을 혁신해 내각이 행정의 중심이 되도록 바로 잡는 총리의 길을 가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참모들이 국정운영보다 자기 정치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4 15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청와대 출신들이 60여명이나 된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셋째, ‘협치’는 ‘협치 내각’, 즉 연합정치를 뜻한다. 정 총리는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21대 총선이 끝난 뒤 제 정당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협치 내각’ 구성을 대통령께 적극 건의드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협치 내각’에 대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정 총리는 6선 국회의원, 국회의장 출신답게 야당과의 대화와 협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권력공유를 기반으로 야당과의 정책연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넷째, ‘경제 활력’은 단순히 ‘경제 살리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과 스타트업 진흥, 부동산 안정, 일자리 창출 등을 모두 포괄한다. 나아가 정 총리의 경제철학인 ‘분수경제(Bottom up economics)’를 구현하는 일도 포함된다. 최근 미 중 무역 갈등이 풀리고 있는 것을 호재로 삼아 수시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활력’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것이다.

정 총리는 조선의 대학자 다산 정약용(丁若鏞) 선생의 후손이다. 한학에 정통했던 정 총리 조부가 다산의 균민사상을 계승-실천하라는 취지에서 ‘丁世均’을 작명했다고 한다. ‘세균(世均)’은 세상을 고르고 평등하게 가지런히 하라는 무언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그가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정치적 균형감각과 통합의 리더십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전북 진안군 주천고등공민학교(현 주천중학교) 시절 고교검정고시 시험 준비를 하면서 처음으로 다산의 실학과 실용주의를 배웠다고 한다. 그 이후 줄곧 집안 큰 어른이었던 다산과 같은 훌륭한 인물이 되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야겠다는 이상을 갖게 됐다는 것.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정치를 실현하는 게 정 총리가 어린 시절부터 가진 꿈이었다.  

정 총리는 평소 다산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애독하고 있다. 특히 “위방 재어용인(爲邦 在於用人)”이란 구절을 애송한다는 것.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사람을 쓰는 데 달려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에서 ‘친문계’ 다음으로 세력이 큰 ‘정세균계’가 그냥 생긴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제부터 정 총리는 어진 사람을 천거하는 ‘거현(擧賢)의 달인’이 되기 바란다. 정부에 인재가 많아야 ‘협치’도 ‘경제 활력’도 가능하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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