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맥주 불매운동 여파…하이트진로 등 토종 올해도 승승장구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맥주 수입액이 1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가운데 국산맥주의 족쇄가 됐던 주세가 종량제로 개편되면서 올해 국산 맥주의 반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지난해 맥주 수입액이 지난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 무역 보복조치의 반발로 거세진 불매운동의 여파로 분석된다. 반면 토종 하이트진로 등 국산맥주는 주세 개편와 국민 애국 소비의 수혜를 입으면서 그 빈자리를 채웠다. 수입맥주 시장이 정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올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점유율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22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와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888만달러(약 3278억원)로, 전년 3억968만달러(약 3614억원)보다 9.3% 감소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첫 감소다.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 강화를 시행하면서 우리 국민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특히 일본 맥주는 집중타격을 입었다. 일본맥주의 한국 수출은 지난해 8월 전년 동기 대비 92.2% 급감했으며, 급기야 10월에는 제로를 기록했다.

일본맥주는 한국 수입맥주 부동의 1위 자리도 중국에 내줬다. 2018년만 해도 일본 맥주는 7830만달러(약 914억원)어치가 수입돼 2위 중국(4091만달러·약 477억원), 3위 벨기에(3618만달러·약 422억원)를 합친 것보다 많았지만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49.2% 감소하면서 3976만달러(약 464억원)를 기록, 중국(4346만달러·약 507억원)에 밀려 2위로 내려갔다. 지난 2018년 7604만4000달러(약 882억원)에 달했던 한·일 맥주 무역수지 적자도 급감했다.

반면 수입맥주에 고전하던 국산맥주는 기지개를 켰다. 실제 최근 편의점 CU 조사에서는 국산 맥주의 매출이 지난해 하반기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제 맥주 역시 국산 맥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9%에서 지난해 5.6%까지 높아졌다.

주세 역차별 논란이 거셌던 상황에서 맥주 과세 체계가 출고가에 따라 세금을 매기던 종가세에서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국산맥주의 가격경쟁력도 높아졌다. 이른바 ‘1만원에 4개’라는 패키지 판매로 우위를 누렸던 수입맥주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순수 토종맥주인 하이트진로의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국민 애국 소비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신제품 테라가 돌풍을 일으켰다. 소주 참이슬과 섞어 마시는 ‘테슬라’ 신드롬까지 일면서 하이트진로의 실적을 끌어 올렸다. 테라는 지난해 11월 216만 상자, 12월에 249만 상자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잇따라 신기록을 경신했다. 맥주 시장점유율도 30%대 중후반대까지 회복했다. 증권업계에서는 5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맥주 사업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덕분에 하이트 주가도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 시장이 정점에 들어선 상황에서 올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국산맥주의 반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아울러 수입맥주의 다양성을 대체하면서 각광받고 있는 중소 수제맥주의 상승세도 올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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