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종교 같지만 보수‧실용적 진보 노선 확연히 달라

4‧15총선의 관심은 온통 서울 종로에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간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쟁투’가 갈수록 흥미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 대선’이나 다름없다. 

두 사람은 유사점이 많다. 둘 다 ‘흙수저’ 출신이다. 이 전 총리는 농부-채소장사의 아들이었고, 황 대표는 고물상의 아들이었다. 둘 다 명문고를 졸업하고 법대를 다녔다. 단, 이 전 총리는 서울법대를 다녔으나 황 대표는 서울법대에 떨어져 당시 후기였던 성균관대 법대를 다녔다. 물론 둘 다 종로에서 대학생활을 보냈다. 종로에서 삶은 이 전 총리가 좀 더 오래됐다. 황 대표의 7년(경기고3년+성균관대4년)에 비해 이 전 총리는 25년(서울법대4년+동아일보 21년)을 종로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전 총리는 종로의 서쪽 교남동(인왕산), 황 대표는 종로의 동쪽 혜화동(낙산)에 살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산다. 이 전 총리는 카투사(KATUSA)로 군에 입대해 서울 이태원의 미8군 21수송중대에서 근무하고 육군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국회의원(4선)-전남지사-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반면 황 대표는 만성담마진(慢性蕁麻疹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피부병)으로 1980년 7월 제2 국민역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돼 군대를 가지 않았다.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된 뒤 검사장-법무장관-국무총리를 역임하고 제1야당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은 개신교 신자다. 이 전 총리는 장로교인 전남 영광중앙교회와 서울 서초구 신반포중앙교회를 다녔다. 지금은 종로의 새문안교회, 연동교회를 다닌다. 황 대표는 서울 양천구 성일침례교회 출신으로 전도사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한 동안 전광훈 목사와 밀월관계를 유지한 탓에 다른 개신교 단체들과의 관계가 서먹하다. 그는 지난 12일 오후 보수 성향의 한국교회연합(한교연‧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갈라져 나온 기독교 단체)과 진보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잇달아 방문했으나 ‘세월호-촛불’을 놓고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전 총리가 개신교 지지획득에 유리한 입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 모두 8권의 책을 집필했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는 정치부기자들의 참고서인 ‘80년대 정치현장 : 정치부 기자수첩’(1989) 등 8권, 황 대표는 공안검사의 참고서인 ‘국가보안법 해설’(1998년) 등 8권의 책을 출판했다. SNS 활동도 비슷하다. 페이스북 팔로워의 경우, 17일 현재 이 전 총리가 7만8427명, 황 대표가 7만5248명이다. 

둘 다 ‘뚜벅이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크게 달라진다. 이 전 총리는 ‘실용적 진보’를 표방하지만 중도 노선에 가깝다. “4·15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는 출사표는 미래지향적이다. 그래서 ‘종로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종로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신분당선 연장 추진’,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 등 ‘지역발전’을 내세우며 종로 밑바닥을 샅샅이 훑고 있는 ‘종로밀착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낙연 만나러 갑시다’라는 제목의 주민들과의 공개면담 행사를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갖는다.

반면 황 대표는 ‘미스터 국보법’이란 별명이 말해주듯이 전통적인 극우 보수노선을 지향한다. ‘정권심판론’이 선거프레임이다.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는 출사표는 비장하다. 그래서 ‘절망을 딛고, 종로를 새로 고치겠습니다’를 슬로건을 내걸었다. ‘죽은 상권 회복’을 내세우면서도 주로 청년층을 공략하는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원주민 생활편의 개선과 소비-관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래서 선거는 항상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두 전직 총리의 이번 ‘종로대전’이 4 15총선의 모범이 돼야 한다.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종로에서 만큼은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성장을 기대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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