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신사옥 건립 전후로 불운 지속…중국 쏠림이 부메랑

▲사드사태로 타격을 입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신사옥 입주 이후에도 악재가 지속되면서 초고층 빌딩을 지은 기업에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마천루의 저주’가 회자되고 있다. 일각에선 아모레의 중국 쏠림 경영이 부메랑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서울 용산 신사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불운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사드 후폭풍이 걷히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수출길이 타격을 받으면서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려고 내놨던 빌딩도 팔지 못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건립한 신사옥에 입주한 뒤에도 악재가 잇따르면서 초고층 빌딩을 지은 기업에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마천루의 저주’가 회자되고 있다.

3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강남 논현동 성암빌딩 매각을 추진했지만 우선협상자인 한양건설의 계약 중단 통보로 무산됐다. 앞서 한양건설은 지난 1월 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인 1600억원을 적어내며 우선협상자로 결정됐다.

애초 이번 자금은 아모레퍼시픽의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4278억원과 2104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1.2%, 37.2% 급감했다. 해외사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해외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7% 급감했다. 이중 아시아 비중은 40%대로 대부분은 중국 매출이다.

아모레의 실적악화는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가 이뤄진 2017년  2분기 이후 본격화됐다. 실제 지난해 영업이익은 사드사태 이전인 2016년 8481억원 대비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모레가 빌딩 매각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다. 경기도 오산 아모레퍼시픽 공장이 한시적으로 가동 중단됐고, 중국 수출도 타격을 입고 있다. 2월 한때 아모레퍼시픽은 공매도 상위 종목에 오를 정도로 매도세가 강해졌고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1월 24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1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아모레의 1분기 실적부진을 예상했다.

▲네이버증권 아모레퍼시픽 주가 차트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한 것과 비교된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4조7458억원, 영업이익은 897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5%, 14.7% 증가했다. 특히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업계 1위 LG생활건강과 2위 아모레퍼시픽의 레벨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의 잇단 악재에 대해 일각에선 ‘마천루의 저주’에 주목하고 있다. '마천루의 저주'는 1999년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제기한 개념으로 고층빌딩을 짓는 시기는 대체로 호황기이지만 건물이 완성될 때는 거품이 빠져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선 제2롯데월드 건설 전후로 근로자 사망 등 각종 사고는 물론, 횡령, 뇌물 혐의 등으로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이 말이 회자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17년 용산구 한강로 2가 159-5 일대에 신사옥을 준공하고 현재 새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악재가 잇따르면서 아모레 역시 이 저주에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신년사중인 서경배 회장

하지만 이는 오비이락과 가깝다. 오히려 아모레퍼시픽이 호황기를 맛본 중국시장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더욱 높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호황기를 누렸지만 돌반 변수가 잇따르면서 높아진 중국 의존도가 독이 되고 있는 셈”이라며 “아모레가 지금이라도 사업다각화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실적부진에도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3년 이내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공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요주주는 지주사 아모레G와 서경배 회장이다. 아울러 서 회장은 아모레G의 지분 53.9%를 가진 대주주다. 그의 딸 서민정씨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우호지분은 60%가 넘는다. 사실상 가족회사에 가까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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