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업가치 훼손’ 조회장 형제 이사 재선임 반대
효성 주총장에서 “정직·신뢰 바탕으로 투명경영” 자화자찬
사법부,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 논란없게 엄정 처벌해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 여론이 비등했던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총괄사장이 20일 주주총회에서 결국 재선임됐다. 국민연금이 이들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지만 과반을 넘는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라는 밀려 안전 저지에 실패했다.

국민연금이 이들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이유는 ‘기업가치 훼손’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조 회장 일가의 죄목을 조목조목 짚어내면서 "사내이사가 될 자격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주지하다시피 조 회장은 횡령 상습범이다. 동생 조 사장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 일감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 과다한 효성 계열사 이사 겸직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성은 이들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시민단체들은 이것이야 말로 효성 이사회가 총수일가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재선임안 통과는 예정된 결과였다. 조 회장 일가 등 우호지분이 50%가 넘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효성 지분율은 10%에 불과하다. 안건 찬성률은 70%에 달한다. 찬성표를 던지 개인투자자들도 많다는 이야기다. 총수일가가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그 어떤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회사만 잘 돌아가고 배당만 많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번 조 회장의 사건을 계기로 지분만 잘 늘려놓으면 불법비리에도 문제없이 경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재계에 확산하면서 지분율 확대에 사활을 거는 재벌 총수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조 회장 일가의 일탈행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지게 됐다. 또한 조 회장이 상습 횡령에도 번번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불구속기소되는 작금의 사법부의 현실도 다시 한번 국민에게 각인됐다.

김규영 효성 사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효성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임직원들이 경영 전반에 걸쳐 윤리적으로 의사결정과 실천을 이뤄갈 것"이라며 "협력사와 공동 운명체라는 마음가짐으로 동반성장을 추진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정직(正直)의 사전적인 의미는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다’다. 바를 정(正)자를 쓴다. 신뢰(信賴)는 ‘굳게 믿고 의지함’, 윤리(倫理)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다. 모두 조 회장 일가가 그동안 저지를 범죄나 현재 수사를 받는 혐의와 동떨어진 개념이다. 도덕성에 금이 간 효성 오너일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효성은 지금이라도 사전을 들여다보고 이 말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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