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위기후 패러다임 변화
비트코인 위기극복 수단될지 주목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현실이 됐습니다. 지난 주말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0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사망자는 1만3000여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하루에 8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각국 정상은 이번 사태를 '전쟁'으로 규정하고, 국경 폐쇄, 국민 이동 제한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미국에선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GM, 루이비통 등 민간 기업들도 마스크, 손세정제 등 의료품 생산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시체제입니다. 지역폐쇄 없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를 본받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도 멈춰서고 있습니다. 국가간 인적, 물적 이동 제한으로 교역이 위축되고 시민들은 집안에 갇히면서 소비와 생산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인력감축에 나서거나 문을 닫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가계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다시 기업이 줄도산하는 악순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수출에 기대온 우리나라의 심각성은 더욱 높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등 주요국의 '서든 스톱'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서든 스톱은 통상 외화 유동성 고갈을 뜻하지만, 이번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마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를 엿볼 수 있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실물경제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세계 증시도 수직 하락했습니다. 미국 증시는 2만 포인트가 깨지고 국내 증시는 10년 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부랴부랴 발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공포지수 VIX(변동성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때 최고점마저 뛰어넘었습니다. 투자시장에서 공포는 이미 금융위기를 능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늘까지 닿을 것 같았던 ‘바벨탑’이 붕괴위기에 처한 셈입니다.

또한 채권금리와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금값마저 폭락했습니다. 다시 사람들이 현금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따라 그동안 막대한 유동성으로 날아올랐던 글로벌 부동산 시장도 중대한 고비를 맞을 전망입니다.

▲세계 대공황 전후 미국 다우지수 변화. 트레이딩뷰 캡쳐.

이는 100여년전 세계 대공항의 악몽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식민지 다툼으로 촉발된 세계 1차 대전으로 유럽은 폐허가 됐지만 그 특수를 누린 미국은 1920년대 호황기를 누리게 됩니다. 저금리 기조와 통화확대정책으로 유동성도 풍부했습니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은 주식시장과 해외로 퍼졌습니다. 그 결과 미국 증시는 1921년 60포인트에서 1929년 여름 380포인트로 10년도 안돼 4배가 넘게 뛰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1927년부터 주식신용대출 규제 등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판세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조정기미가 감돌던 증시는 1929년 10월 24일 폭락했고 이후 끝없는 하락행렬을 이어갑니다. 수많은 기업과 미국 은행이 문을 닫고 수백만 명이 실직자와 노숙자들로 전락한 장기경기침체, 즉 세계 대공황이 그 공포의 서막을 올린 것입니다.

증시가 무너지면서 해외 각국에 퍼졌던 미국 자금은 썰물처럼 빠지기 시작했고, 전쟁이후 미국의 자금으로 회생을 도모했던 세계는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나라들은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주변국 침략을 택했고 세계 2차 대전이 터졌습니다. 전쟁 등 심각한 내용을 빼고는 금융위기 이후 현재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에따라 각국 정부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은 전국민 현금 지급 등 GDP의 10% 규모인 2조원 달러(2490조원) 슈퍼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나라별 기업 보조금 규정을 완화하고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금리인하나 정책자금대출 등 지금까지의 소극적 부양책으로는 상황악화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코로나19 팬더믹이 이제 막 시작 단계고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국가와 개인에 장벽을 세워버린 코로나19가 끝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마음껏 소비할 수 없고, 기업들은 고용과 생산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교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로 연결되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되는 것입니다. 향후 전망을 포기하는 전문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의 목을 조르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코로나19 종식 시기에 따라 경기침체강도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면서 경제 패러다임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주도 산업과 패권 국가가 교체되고 촉망받던 기술이 달라졌습니다. 금융생태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본위제의 몰락입니다. 전쟁자금에 필요한 돈을 찍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화폐와 같은 비율로 금을 준비해야 하는 금본위제는 외면받았고 세계를 좌우하던 기축통화도 파운드화에서 달러로 이동하게 됩니다. 세계 경제 패권을 미국이 쥐게 된 셈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러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 달러는 글로벌 자금의 긴급 철수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다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달러를 풀었고 경기부흥을 위해 앞으로도 막대한 양의 달러를 풀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달러의 홍수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금보유를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도 달러의 가치 하락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인식하는 풀이가 많습니다. 달러만 보유했을 경우 아무것도 안해도 달러 가치하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등장한 비트코인은 의미심장합니다. 최근 유명 암호화폐 투자자이자 벤처캐피탈 기업가인 팀 드레이퍼(Tim Draper)는 비트코인이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어쩌면 세계 정부가 시세조작을 지적하면서도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전면 폐지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한걸음씩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끝으로 경제위기가 모두에게 공포가 되지는 않습니다. 시련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과거 IMF때 기업이 줄도산하면서 법무-회계-세무법인들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바이러스 공포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경영권승계가 진행중인 기업들에겐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열여두고 각자 그에 대한 대비에 나설 필요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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