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왜 안내리나” 불만, 주유소는 소비 줄어 속앓이
정유업계 “세금 비중 높고 환율도 뛰어…폭리 논란 억울”

▲국제유가의 역대급 하락에도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 인하속도는 너무 더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세금 비중이 높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정유사의 폭리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국제유가가 역대급 하락을 기록했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 인하속도는 더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가격변동이 국내 가격에 미치는 시차가 있고 세금 비중이 높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정유사의 폭리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24.67%(5.01달러) 오른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상승폭이 30%를 웃돌기도 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가능성이 시세 폭등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달전 대비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달 배럴당 50달러를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3월 들어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경우 최근 장중 19.27달러까지 급락해 지난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국내 기름값도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돌안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22원대에서 128원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141원 떨어졌다. 주유소별로 휘발유 가격이 1200원 이하로 내려간 곳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토막이 난 국제 유가에 비해 국내 기름값 하락폭은 크지 않다.

여기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가 국내 시세에 반영되는데 2주 가량이 소요된다고 해도 국내 기름값이 국제유가 낙폭을 너무 못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정유사들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도 나온다.

폭리논란에 정유사들은 펄쩍 뛰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름값에 세금비중이 높고 환율도 높아져 폭리는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실제 휘발유에는 ℓ당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세금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 비중은 휘발유 가격의 60%에 달한다. 환율도 뛰었다. 코로나사태로 경제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1월 1160원대에서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1280원까지 뛰었다가 현재 123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수년전 고유가로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졌을 때 정유사가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유소는 주유소대로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휘발유 제품소비는 615만2000배럴, 2월은 591만3000배럴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20~30% 가량이 급감한 수치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휴·폐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수요까지 급감해 생사기로에 서 있다”며 정부에 자금지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경영지원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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