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식민지 수탈로 번영 이뤄…코로나19 사태 우왕좌왕
韓, 진단 키트 서둘러 개발 후 세계 공급…공동이익 추구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총선까지 무사히 치른 한국에 대한 세계의 찬사 이어지고 있다. 28년 만에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한 총선의 열기는 물론, 투표소의 방역절차 등에도 주목하면서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위기관리 능력에 세계 각국이 감탄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 이전에도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단기간 내에 수만 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효율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세계를 선도한 만큼 이들의 찬사가 새로울 건 없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이 변화시키고 있는 새로운 선진국의 기준이다.

사실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지금까지 세계를 이끄는 선진국이라는 자존심이 강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한국과 비교되며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이 때문에 일종의 시기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프랑스의 경제지인 레제코의 의문 제기였다. 이 신문은 최근 온라인판에 프랑스 정부 과학자문위원인 감염병 학자 드니 말비 박사의 기고를 통해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동선 추적 기능을 비난했다. 한국의 시스템이 극단적으로 사생활 침해적이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는 게 옳은 지 의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그 직후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가 “한국식 대응을 개인 자유 침해로 치부한 프랑스가 오히려 이동과 여행의 전면 금지, 모든 상점의 영업 중단 등 국민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조치에 나섰다”고 꼬집는 등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지만, 프랑스 이외에도 한국과 다른 기준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나라들은 많았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자신들이 실패한 것을 성공시키고 있는 데 대한 질시의 시각도 담겨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한국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선진국의 기준을 제시한 것도 이들이 한국을 시기하는 원인일 것이다. 기존의 선진국이 제국주의 시대 수탈을 바탕으로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며 오늘에 이른 반면 한국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선진 의식을 보여주었다.

과거 식민제국을 대표하는 서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수탈은 비열하기 이를 데 없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재정적으로 위기에 봉착했을 때 이들은 식민지 유지와 회복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다. 프랑스의 지도자 드골은 독일이 항복한 다음날 “일본에 빼앗겼던 인도차이나를 되찾아 프랑스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식민제국의 부활을 선언했고, 영국 집권 노동당의 외무상 어니스트 레빈도 “서유럽의 인구나 생산 능력을 회복하려면 아프리카의 자원이 필요하다”며 수탈을 정당화했다.

다행히 식민지들의 저항과 인권 의식이 성장하면서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긴 했지만 지금도 과거의 수탈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성장해 식민 지배를 받던 나라들에 앞선 선진국으로 행세하고 있다. 이처럼 서유럽 국가들이 선진화되는 방식은 과거지향적인 수탈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방식은 좀 달랐다. 한국의 방식은 미래지향적이고 공동의 이익에 치중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서둘러 개발한 진단키트를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를 포함해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나라에 공급하며 공동으로 위기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자국의 이익에만 치중하지 않는 이 같은 한국의 방식이 선진국에 대한 개념도 변화시키기를 기대한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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