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5.1조원 급증
경영난에 음식점·술집 등 자영업자 폐업 잇따라
대출연체율도 오름세…급격한 부실화 막아야

▲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빚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이들의 급격한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따른 가계빚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의 자영업자대출이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내수침체와 출혈경쟁 등으로 생존을 빚을 늘리는 영세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5대 은행의 자영업대출 규모는 250조원에 육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세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위험 수위에 다다른 자영업자대출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47조7768억원으로 전월보다 2.07%(5조1219억원) 증가했다. 4월 개인사업자대출 증가폭은 2015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3월 증가폭(2조7755억원)보다 두배 가량 더 커졌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월 말 기준 463조9291억원으로 전월대비 8조4379억원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의 61%가 개인사업자대출 증가분이다. 지난달 급격하게 늘어난 개인사업자대출이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주도한 셈이다.

이처럼 자영업자 차주가 대부분인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적극 독려하는 데다 은행권도 이에 적극 부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각종 통계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은 명목상으로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가계부채와 경계가 모호한게 사실이다. 대출 신청 시 밝힌 명목상 용도는 다를 수 있지만 생활자금과 사업자금 간 구분이 불명확하고 상환 책임도 차주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생계자금 목적의 대출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문제는 자영업자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과 동시에 부실화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43%로 전월 말(0.41%)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기업대출 연체율은 0.54%로 전월 말(0.51%)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대기업대출의 연체율은 0.38%로 전월 말과 같았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8%로 전월 말(0.54%) 대비 0.04%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35%)을 기록, 전월 말(0.33%)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락하자 폐업과 휴업에 내몰리는 자영업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현황 데이터를 보면 지난 3월 1일부터 20일까지 총 1600곳의 식품위생업소가 폐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68곳이 문을 닫은 것과 비교하면 9.0%(132곳) 늘어난 것이다. 음식점과 카페, 술집, 편의점이 속한 식품위생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 자영업자들이 많이 몰리는 대표적 업종이다. 

영세자영업자들이 기존에 빌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더해 사업유지를 위한 개인사업자대출까지 짊어진 상황에서 이들의 소득 감소와 폐업은 가계대출 부실로 전이될 공산이 크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시중은행은 물론 금리가 비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도 손을 벌리고 있는 처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불황 여파로 올해 자영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특히 음식·숙박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경기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당국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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