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 숙박·음식점업 대출 20조원 돌파…1년새 20%↑
영세자영업자들 금리 비싼 저축은행·대부업체에 손 벌려
자영업 신용불량자 3만6000명…"급격한 부실화 막아야"

▲ 금융회사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분량자로 전락하는 영세자영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의 숙박·음식점업 자영업자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비은행금융기관의 숙박·음식점업 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부진과 자금난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 손을 벌리면서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20조원을 넘어섰다.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분량자로 전락하는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빚을 늘리는 영세자영업자대출의 질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잔액은 276조89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말(234조1003억원)보다 18.28%(42조7968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2년 전(207조8912억원)에 비해선 33.19%(69조59억원) 확대된 것이다. 

비은행권 산업대출은 은행을 제외한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이 개인사업자(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말한다. 예금은행보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많아 대출금리도 높다.

업종별로 보면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20조6318억원으로 1년 전(17조1472억원)보다 20.32%(3조4846억원)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9년 12월 말(6조4883억원)와 비교하면 10년 새 대출 규모가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비은행권의 숙박·음식점업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것은 내수 부진에다 업체간 과당 경쟁 등으로 자금난에 처한 영세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숙박·음식점업은 진입 문턱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장년들도 숙박·음식점 창업에 나서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고 매출이 감소해도 생계 때문에 영업을 접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버티기' 영업에 들어갈 경우 제1금융권인 은행 대출 한도를 모두 채운 탓에 비은행권에 손을 벌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영업자대출의 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불량 상태에 빠져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사실상 차단된 자영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만6000명에 육박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는 금융사에서 50만원을 초과하거나 50만원 이하 2건의 대출을 90일 이상 갚지 못한 사람을 의미한다. 

자영업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지난해 2분기 3만3292명에서 3분기 3만5567명, 4분기 3만5806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연 20%대 고금리의 대부업체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부업체에서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된 자영업자는 5961명으로 2분기(4630명)보다 28.7%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로 들어선 올해 1분기에 영세자영업자들의 금융채무불이행화가 급속히 진전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국민의 외출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이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시중은행은 물론 금리가 비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제2·3금융권에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급격한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가계빚의 질적구조 악화를 부채질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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