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대결·혐오보다는 협력으로 강력한 힘 발휘
日, 경제력 앞선다고 한국 무시하는 태도 버려야
협력하는 것이 오히려 일본의 미래 보장받는 길

“독일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짓밟은 매춘부와 같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의 황제가 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나폴레옹 1세)가 독일 전역을 사실상 점령한 뒤 독일인들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해 한 말이다. 오늘날 유럽연합을 이끄는 서유럽의 중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는 이처럼 험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만큼 큰 갈등을 겪던 이웃이었다.

물론 독일이 일방적으로 피해만 본 건 아니었다. 1871년 1월에는 보불전쟁(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와 국왕 빌헬름 1세가 프랑스의 상징과도 같던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제국의 통합을 선포하고 통일 독일의 주체가 됐다. 호기로운 선전포고는 프랑스가 단행했지만 6개월여 동안 이어진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한 건 당시 프랑스 국왕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을 포로로 잡은 프로이센이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나치 독일에 점령되는 등 또 한 차례 굴욕을 당하지만, 1871년 독일이 통일되기 이전까지 항상 우위를 보인 건 프랑스였다. 통일되기 전 지리멸렬했던 독일의 여러 연방을 좌지우지하며 독일의 통일을 방해한 것도 프랑스였다. 나폴레옹 1세가 독일을 매춘부로 표현한 것도 이러한 관계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처럼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국가이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혐오하던 두 나라는 지금 유럽연합을 이끄는 두 축으로서 공존의 미덕을 보이고 있다. 다투는 과정에서 협력하며 돕는 것이 서로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과거의 갈등을 뒤로 한 채 유럽연합의 모태가 된 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한 주역도 이 두 나라였다. 

두 나라를 보면 이웃국가를 혐오하고 헐뜯는 것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공존하는 게 옳은 길이라는 게 증명된다. 두 나라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모든 것이 허물어진 폐허를 딛고 강대국으로 부상한 것도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여전히 이웃국가를 헐뜯으며 자신만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나라가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바로 일본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일본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이나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자세가 G7과는 달라 우려스럽기 때문에 현재의 G7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사를 미국에 밝혔다고 한다. 일본이 한국의 참가에 반대한 것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G7 회원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싶은 아베 신조 총리의 의향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위상이 하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같은 태도가 혐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아베는 물론 일본 내각의 장관들은 틈만 나면 한국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을 일삼아왔다. 남북미 세 정상이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을 한 바로 다음날인 1년 전 7월 1일,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단행한 주요 반도체 소재의 수출 금지도 혐한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혐한이 일상화된 일본의 옹졸함이 단적으로 나타난 게 바로 G7 문제다.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을 통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일본으로서는 아시아 유일의 G7 국가로 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시아의 이익을 위해 한국과 함께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이 확산되면서 아시아에 대한 견제가 심한 상황에서 일본 홀로 아시아를 대표하기에는 무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의 행태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 일본이 내세웠던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이상이 얼마나 허구였는지를 스스로 드러내주는 자충수이기도 하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본의 자세는 세계인들에게 이율배반으로 느껴질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이처럼 뒤떨어진 사고방식을 고수할 경우 일본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경제적으로 조금 앞서 있는 게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은 경제적이나 영향력이 앞서지만 뒤처질 경우를 생각해보지 않는 멍청한 짓이다. 독일이 프랑스를 뛰어넘고 미국이 영국을 하수로 보듯이 역사에서 약자가 강자를 넘어서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다. 한국은 이미 일본의 턱밑에 있다.

한국과 다투고 혐오하는 모양새보다는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게 오히려 일본의 미래를 보장받는 길이 될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대세에 순응하지 않는 무리한 대응은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