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중단에 연체율 악화…'부실 딱지' P2P업체 여전
금감원 전수조사 착수에 고강도 구조조정 우려 커져
"제대로 된 옥석가리기 통해 신뢰 찾아야" 목소리도

▲ 일부 P2P업체의 사기와 횡령, 영업중단 사태에 이어 부실한 여신관리로 대출 연체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전문성과 경영역량이 부족한 P2P업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퇴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P2P(개인 간 거래)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칠 기세다. 각종 사기와 횡령, 영업중단 사태는 물론 부실한 여신관리로 대출 연체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전문성과 경영역량이 부족한 P2P업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퇴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전방위 규제가 시장 위축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가 하면, 강도 높은 옥석가리기가 제2의 도약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국에서 영업 중인 240여곳의 P2P업체에 공문을 보내 대출채권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다음달 2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업체들이 가짜로 대출채권을 만들어 투자금을 횡령하거나 돌려막기를 하는 데 쓰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적정' 의견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만 P2P업 등록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만약 부적격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는 현장 점검을 거쳐 대부업으로 전환하거나 폐업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P2P대출은 개인과 개인이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투자 및 대출을 받는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평균 대출금리는 10%대로 은행 대출문턱을 넘기 힘든 신생초기 스타트업이나 영세 소상공인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일부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P2P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허술한 점을 틈타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투자 사기, 횡령, 과장 광고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중고자동차 매입자금 대출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넥펀은 지난 9일 경찰 수사로 투자금을 반환하기 어렵게 됐다며 돌연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이 업체의 대출 잔액은 자체 공시기준으로 251억4567만원에 달한다. 넥펀을 통해 중고차매매 상사 등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은 "투자한 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이냐"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의 부실한 리스크 관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의 공시자료를 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44개 회원사의 연체율은 8.93% 수준이다. 썬펀딩의 연체율이 89.00%에 달했고 소딧(80.00%), 월드펀딩(50.70%), 펀디드(43.00%), 위펀딩(43.00%), 빌드온펀딩(35.97%), 테라펀딩(19.41%), 이지펀딩(17.40%), 펀드랑(13.07%) 등이 뒤를 이었다. 

오는 8월부터는 P2P금융의 법적 근거와 사업자의 요건 등을 명시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P2P업체들은 1년 이내 정식으로 등록을 해야 하며, 대출채권뿐 아니라 기업 전체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자기자본을 최소 5억원 이상 보유하고 투자금과 회사 운용자금을 분리하는 등 기존 금융업 수준의 건전성과 신뢰성 규제가 이뤄진다. 

그동안 P2P업계가 간절히 원하던 제도권 편입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속에 P2P대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얼마나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투자사기나 영업중단, 연체율 악화 등 부정적인 이슈가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그동안 정도영업으로 연체율 관리에 힘써온 우량 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P2P업체들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못하면 시장 자체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전수조사와 온투법 시행을 계기로 부실 업체를 솎아내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P2P시장의 제대로 된 옥석가리기가 이뤄지길 바라는 업체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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