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 등 주요 금융그룹 2분기 순익 하락
우리·BNK·DGB·JB금융도 실적악화 불가피
코로나대출 충당금·저금리·사모펀드 '3중고'

▲ 코로나19 대출 등 충당금 적립 부담에 초저금리·사모펀드 사태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권의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의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데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하면서 은행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수년째 역대급 실적경신 행진을 견인해왔던 이자마진 감소는 물론 코로나대출 부실에 따른 충당금 부담, 사모펀드 사태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면서 은행권의 실적 내리막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12.3% 감소한 873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순익은 1조805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7% 줄었다. 

순익이 줄어든 핵심적인 요인은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이다. 신한금융은 향후 자산 건전성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을 2분기에 약 1850억원을 적립했다. 또 지난 5월 라임·헤리티지 신탁 판매와 관련해 판매 그룹사 이사회를 통해 선지급하기로 결의했고, 이와 관련해 2분기 1회성 비용 2000억원을 인식했다. 

KB금융그룹의 2분기 순익은 9818억원(기배기업지분 순익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9% 줄었다. 상반기 순익은 1조711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6.8% 감소했다. 이자 이익과 순수수료 이익이 증가했지만,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2060억원을 추가로 쌓은 영향을 받았다.

김기환 KB금융 재무담당 부사장은 지난 21일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말까지 529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이번에 200억원을 더해 총 735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며 "충당금 적립 수준에 대해 우려가 있는데, 담보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흡수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업황 악화 속에서도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순익은 1조344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1.6% 증가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다. 2분기 순익은 68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4.4% 늘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는데도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이 실적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코로나19 관련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확보를 위해 2분기 중 4322억원의 충당금 등 전입액을 적립했다. 상반기말 기준 충당금 등 전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2.5%(2781억원) 증가한 5252억원이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그룹과 지방금융그룹의 2분기 실적도 충당금 적립 등의 여파로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2분기 순익 전망치는 4788억원으로 전년 동기(6574억원)보다 27.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또 BNK금융의 2분기 순익 전망치는 1년 전보다 18.7% 줄어든 1416억원, DGB금융은 22.4% 감소한 759억원, JB금융은 17.8% 줄어든 916억원이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좀처럼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를 9월 말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여기에 사모펀드 부실에 따른 가지급 보상금 등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에 수익성 지표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악재다. 신한금융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84%로 1분기(1.86%)보다 2bp(1bp=0.01%포인트), 작년 2분기(2.05%)보다 21bp 떨어졌다. KB금융의 NIM도 1.74%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10bp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내년을 대비해 보수적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연간 순익을 지난해 만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대출 관련 잠재적 부실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내년까지 실적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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