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흑자전환 뒤 협상…인수철회 명분 쌓기 시각도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계약 이행 데드라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산이 대면 협상을 하자는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막판 극적 협상 타결 가능성이 주목된다. 사진은 공항 계류장에 대기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계약 이행 데드라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산이 대면 협상을 하자는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막판 극적 협상 타결 가능성이 주목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깨고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이번 인수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산은 지난 9일 금호산업의 대면 협상 제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올해 4월쯤부터 현산이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자 "만나서 얘기하자"며 대면 협상을 거듭 요구했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금호산업은 지난달 내용증명을 통해 '이달 12일 이후에는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현산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황이 작년 12월 계약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며 이를 재점검하기 위해 12주간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현산이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꿔 대면 협상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2분기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8년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을 끝냈다. 화물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2분기 여객매출은 1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5% 감소했지만 화물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9.9% 증가한 6379억원을 기록하면서 여객 감소분을 메꿨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악화가 인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 개선으로 현산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휴가를 마친 직후 이 같은 메시지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입장 변화는 의미가 깊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연말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밝게 봤듯 지금의 먹구름이 걷히고 나면 항공산업의 미래가 어둡지는 않다"며 "코로나 위기라는 불확실성에 매몰되지 않고 항공산업을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 역시 현산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직접 아시아나항공을 떠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8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출자전환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 등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이 경우 산은을 통한 막대한 혈세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결국 정 회장의 의지에 달렸다”며 “채권단과 현산 모두 인수 무산에 따른 부담이 큰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에서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산이 이날 대면 협상을 수용하면서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수 철회를 위한 보다 확실한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 성격이 강하다는 풀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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