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최악의 경영위기에 투쟁보다 생존에 맞손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노사 관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노조는 투쟁 일변도의 정책을 지양하고 사측은 재무구조를 고려한 최선의 처우를 보장하면서 생존을 위한 상생협력의 기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현대차 노사 교섭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는 모습.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고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노사 관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노조는 투쟁 일변도의 정책을 지양하고 사측은 재무구조를 고려한 최선의 처우를 보장하면서 생존을 위한 상생협력의 기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21일 울산공장 등 3곳에서 화상 회의로 열린 13차 교섭에서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잠정 합의안에는 임금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의미가 크다. 현대차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아울러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 성공이다. 상견례 후 잠정 합의까지 기간도 40일만으로 2009년(38일)에 이어 두 번째로 짧다.

또한 노사는 부품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에서 확대 운영하고 울산시가 추진중인 지역 부품 협력사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오는 25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상생을 토대로 극복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대립각이 일상적이던 기업 노사 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 전체로 이런 흐름이 확산될 전망이다.

현대차 뿐만이 아니다. 금호고속 노사는 근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전일 올해 임단협 타결식을 진행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로 버스 이용객이 급감한 지난 3월부터 합의를 통해 무급휴직과 유급휴직, 연차 활용 등을 시행하고 협력을 적극 실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노사도 코로나19 위기 타개에 맞손을 잡았다. 최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전문건설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공동을 위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사측은 고용을 노조측은 생산성 향상, 노사 협의회 활성화 등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기로 했다.

애초 올해 기업 임단협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20년 주요 대기업 단체교섭 현황과 노동현안 조사’를 보면 경영여건 악화로 ‘올해 임단협 교섭이 작년보다 어렵다’(37.5%)는 답이 ‘작년보다 원만하다’(15.0%)는 답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일단 기업을 살리고 보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상생과 화합의 노사문화가 정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