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선언
韓 재생에너지 비율 OECD 국가중 꼴찌
친환경 에너지비율 높이는 방안 마련해야

글로벌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British Petrolium)은 매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BP Energy Outlook)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 나온 보고서(Energy Outlook 2020)에서는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먼저 이전 버전보다 10년이 긴 향후 30년(2020년~2050년)간 에너지 전망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세계 에너지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에너지 수요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화석 연료의 비중 감소는 친환경 에너지의 점유율 증가로 상쇄될 것이며, 전기에너지의 역할이 갈수록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BP가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는 화석연료가 친환경에너지로 대체되는 속도에 따라 빠름(Rapid), 탄소중립(Net Zero), 현상유지(BAU, Business-as-usual)로 나누어진다. 먼저 빠름은 탄소가격을 대폭 상승하는 정책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2018년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70% 감소를 가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탄소중립은 빠름에서 더 강화된 조치로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90% 감소시키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BAU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이 경우 탄소배출량은 2018년에 비해 10%밖에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30년 동안 석유 수요는 운송 수단의 효율성 증대와 에너지원의 전기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나리오 별로 보면 BAU는 2050년까지 10% 감소하고 빠름(Rapid)은 약 55% 감소한다. 그리고 가장 극단적으로 가정한 탄소중립에서는 8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운송 부문에서 석유 사용의 비중은 2020년대 중반에서 후반 사이에 최고조에 달한 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운송 수요에서 석유의 비중은 2018년 약 90%에서 2050년에는 BAU 80%, Rapid 40%, 그리고 Net Zero에서는 20%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수요가 감소한 만큼 친환경 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한다. 이중에서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와 수소, 바이오 에너지의 역할이 커지는데, 2050년 친환경 에너지의 비중은 시나리오 별로 약 55%~80%까지 높아진다. 따라서 향후 성장의 관건은 친환경 에너지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친환경 에너지 추진 현황은 어느 정도일까? BP의 또 다른 보고서인 세계 에너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0.6%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2019년에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3%로 빠르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중국(4.7%)과 일본(5.9%)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원 구성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나라는 5.0%로 세계 평균 10.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위한 수많은 정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한 부분으로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탄소중립(Net Zero)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높여나가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달성 시기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이나 EU에서는 2050년까지로 못 박고 있어 우리나라도 대체로 비슷한 시기가 될 것으로 추정은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BP 에너지 전망 보고서의 탄소중립(Net Zero)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보면 2050년에 전체 에너지 수요에서 석유 수요는 80% 감소하고, 그 자리를 친환경 에너지(재생에너지, 수소, 바이오 에너지)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에서는 목표 연도가 없이 추상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면 세부적 전략이 나올 수 없다. 지금이라도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때까지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세계 평균이 될 가능성이 높은 80%까지 올리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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