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여행업계의 줄도산이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사라진 여행사만 1000개에 이른다. 살아남은 여행사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법인여행사들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근근이 버티고 영세사업자들은 생계를 위해 임시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각국 국경길이 언제 풀릴지 모른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3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여행사는 2만1671개로 지난해 말보다 612개(2.7%) 줄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병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말보다는 938개(4.1%) 적다.

해외여행사 감소가 두드러졌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외여행사는 999개로 지난해 9월 말보다 633개(6.5%) 감소했고 국내 여행 주선 업체는 6661개로 378개(5.4%) 줄었다. 다만, 해외·국내 여행 사업을 모두 하는 일반여행사는 5911개로 73개(1.3%) 늘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이 국경을 봉쇄해 해외여행 길이 아예 막혔기 때문이다. 여행사중에서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사업을 하는 국외여행사의 감소 폭이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각국의 항공기 운항 중단과 입국자 2주 격리 조치 등으로 외국인의 방한과 내국인의 출국은 급감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13만8636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4.7% 줄었고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382만755명으로 74.5% 감소했다.

살아남은 여행사들의 분위기도 암울하다. 법인여행사들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 휴직 등을 시행하며 고용 인원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길 경우 결국 무급 휴직이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달 종료 예정이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내년 3월 31일까지로 약 6개월 연장했다는 점이 위안이다.

영세여행사들은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직원이 없거나 가족이 같이 하는 사업자가 대부분이어서 생계를 위해 단기 알바나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거리가 아예 사라진 해외전문 여행사들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한 소규모 해외전문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1차 소상공인 대출에 지원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고 상황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모아둔 자금도 바닥나고 있다”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지자체에 단기 계약 알바를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른 일용직 자리를 알아봤지만 이 마저도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힘든 현실을 토로했다.

정부의 대응도 한계가 분명한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비수기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여행주간' 기간을 기존 2주에서 한 달로 늘리고 최대 4만원의 숙박 할인 쿠폰을 100만개 지원하는 관광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여행주간 기간을 한 달에서 19일로 다시 줄였다. 지난달에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숙박 할인권 발급과 여행 할인상품 예약을 잠정 중단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등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행사들의 한숨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