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정 벗어나 민관, 소비자 힘 모을 때
내수 진작과 경제 반등 실마리 찾아 나가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정부와 코세페 추진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계기로 삼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규모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1328개 업체가 참가를 신청해 지난해 704개 업체보다 약 2배가량 늘었다. 자동차와 의류, 가전 등 소비자들에게 관심이 높은 제조업체 많이 참가하고, 통신사도 휴대폰 지원금을 상향을 것으로 보여 행사의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전국 17개 시도가 모두 참여해 전국적인 규모로 행사가 진행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행사 내용도 지난해와 비교해 알차게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기획하는 등 오래 전부터 코세페를 기다려왔다. 지난해까지 마지못해 행사에 참가한다는 인상이 강했던 대형 백화점들도 올해는 악화된 상황을 감안해 할인 규모를 키우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또한 국내 위주로 진행됐던 기존 행사 성격에서 벗어나 올해는 해외 ‘역직구’와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판촉전도 기획해 내수 진작과 수출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코세페의 성공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범정부적으로 소비쿠폰 재개, 소득공제 한도 상향, 자동차 개소세 인하, 유통업계의 판촉비용 분담의무 완화 등 정부 차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세페를 통해 경기 반등을 불씨를 살려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이 경제 반등의 골든타임‘이라면서 침체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코세페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만하면 코세페 성공을 위해 민·관의 자원이 총동원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얼마나 국내외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코세페를 성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에 활력소를 불어 넣을 수 있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코세페가 지지부진했던 원인을 우선적으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년간의 코세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시행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코세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처럼 민간 기업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행사가 아니다. 처음부터 정부가 나서서 참여업체를 독려해 만들어진 행사이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부터는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모양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정부 주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채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세페가 행사주체인 정부(혹은 코세페 추진위원회)와 참여업체(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그리고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해외 유명 쇼핑 행사의 파격적인 할인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코세페 기간 중 제시한 할인 가격이 인터넷 쇼핑몰보다 더 비싸다는 불만이 속출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원했지만, 참가업체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내수 진작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부는 코세페 행사 기간 중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소비 쿠폰을 발행해 물꼬를 터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체들도 이번에는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제시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 기업을 살리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제 2의 팬데믹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시장이 다시 봉쇄될 경우를 대비해 내수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는데, 코세페를 통해 내수 진작과 경제 반등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2020 코세페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