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부족, 웃돈 주고도 못 구해
운임도 크게 올라…납기 맞추기 초비상

“해외주문은 늘었는데 물건을 실어 보낼 배가 없어요” 

미국에 생활용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연말 해외주문량이 작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모처럼 맞은 특수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물건을 실어 보낼 컨테이너 확보가 어려워 납기를 놓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중소기업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연말 성수기에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배편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운임도 높이 치솟고 있다. 대기업은 장기 운송 계약으로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중소기업들은 주문을 받고도 수출할 배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6일 프랑스 해운산업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세계 미운항 선박율은 지난달 역대 최저치인 1.5%로 감소했다. 미운항 선박률이 1%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고장 등으로 운항이 불가능한 선박 외엔 사실상 거의 모든 선박이 항로에 투입됐다는 의미다. 

공급이 달리면서 운임도 뛰고 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지수는 2048.27로, 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했다. 2016년 5월 400선 대비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SCFI 인덱스 지수는 중국에서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운송하는 단기(spot) 해상물류 비용에 지역별 가중치를 계산해 낸 값으로 해상 물류 운임의 척도로 쓰인다.

이런 상황은 12월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 주요 수출지역인 한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주문이 늘어나면서 공장 가동을 늘리고 있지만 갈수록 선적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웃돈을 주면서 겨우 배편을 구해 보내고는 있지만 계약 일정을 넘기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바이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HMM 등 국적선사들이 연말까지 임시선박 5척을 투입해 긴급지원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컨테이너박스 품귀현상이 중소기업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배를 구해도 물품을 담을 컨테이너가 없는 셈이다. 현재 컨테이너 품귀현상은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최근 물동량이 몰린 미국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회수 기간이 길어지며 회전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하역 시간이 5~6일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컨테이너 생산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중국이 공급 물량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1TEU당 1800달러였던 컨테이너 가격은 최근 3000달러까지 뛰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구조조정 여파가 코로나19라는 악재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며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은 물론 약화된 한국 해운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