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격전인 국민의힘 입당으로, 내년 대선을 향한 ‘제3지대’, ‘빅텐트‘, ’후보단일화‘등의 정치공학적 발상·발언들은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 같다. 윤석열이 왜 지금 시점에 국민의힘으로 들어갔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부분이지만 본질적인 것은 그의 입당에 따른 국민의힘의 변화와 장래다. 그러나 윤의 입당으로 국민의힘이 덩치 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비춰지는 것이 오래가면, 당 개혁이 지체되어 정권교체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 새누리당 → 자유한국당 → 미래통합당에서 아직도 빌딩(buildilng) 작업이 진행 중인 정당이다. 당 개혁 문제로서 당의 구조변경과 풍토변화 부문들이 심각하다.

자유한국당시절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병준)의 가장 큰 실책은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었다. 탄핵 이후 제1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당구조를 집단지도체로 변경함으로써 다양한 정치세력의 당내 재집결과 각각의 공존을 꾀해야 했다.

모름지기 정당의 리더쉽을 단일 지도체제로 해야할 때가 있고,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할 상황이 있는 것이다. 과거 새누리당의 핵심적 고민은 포스트박, 즉 박근혜 전대통령 이 후의 리더쉽 문제였다. 그 유명한 제20대 총선의 새누리당 공천 파동은 당내 다른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시도였다. 무리수였고 국민들은 외면했다. 상식적으로 자유한국당 시절 비상대책위원회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었어야 했다. 일찍이 형성된 황교안 대세론과 단일 지도체제의 도입으로 결국 당내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균열되었고, 당시 전당대회는 김이 빠져버렸다. 그 결과 제 21대 총선 참패와 오늘의 국민의힘에 이르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분열 내지 분화되었던, 다양한 과거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들이 재집결하고, 떠나버린 중도의 민심을 되찾으며 야권 통합까지 염두해 둔다면 단일 지도체제보다는 그 구조 변경에 있어서 집단지도체제로 진화되었어야 했다. 정당지도자의 정치적 과오와 정당 시스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의 결여는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의힘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점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다수의 대선 주자 관리에 있어서 집단지도체제 운영 시스템처럼 각 진영과 캠프의 공존을 수용하는 리더쉽으로 현재의 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당구조 외에 국민의힘의 풍토변화도 심각한 개혁 과제다. 모름지기 공당, 제1야당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태극기 부대와의 적당한 거리조절이 필요하다. 정당에는 많은 외곽단체가 있기 마련인데 특정 이념화된 임의단체와 노동조합에 지나치게 몰입할 때, 공당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게되고 당의 확장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정당으로서 5䞎의 역사성을 제대로 간파하고, 호남 인식에 혼동과 착오가 없어야겠다. 5䞎의 역사성은 호남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 수괴 내지 집단을 심판한 헌법정신이자 형법적 집행일 뿐이다. 5䞎의 역사성을 수용하는 것이 호남을 이해하고 보듬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치적 착오다. 호남지역도 여타지역과 마찬가지로 민생과 지역과제를 안고 있기 마련이며 실용정치로 대처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국민의힘의 구조와 풍토가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역할과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유럽이나 내각제 정치체제의 협의민주주의 시각이 아닌 미국과 같이 여야 정권교체 대결형의 다수결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제1야당의 존재감은 매우 크다. 오랜 여당과 제1야당의 지위를 동시에 경험한 국민의힘에 있어서 약간의 지혜와 전략을 발휘할 경우 언제든 한국 정치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의 정치적 르네상스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강력한 지도력이 아니라, 당내 다양성 병존과 경쟁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몰락이 급기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의 분열을 초래하고 헌정사상 최초로 한국보수의 분열을 좌초했기에, 당내 통합을 제1의 과제로 지적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이 공당, 특히 제1야당으로서 제대로된 정당정치를 시작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야당의 정치영역은 정부비판과 정책입안 기능은 물론 정권교체라는 근본적인 대안 제시까지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야당은 끊임없이 정치적 엘리트계층 확대와 다원화를 꾀하여 광범위한 정치적 기반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국민이 의존하고 의지하고 싶은 정당을 만들고, 그 힘으로 정권교체형 여야 경쟁구도를 끌고 가는 리더쉽 구축이 시급하다. 수권능력을 갖추지 못한 만년 야당은 국민이 기대하는 야당이라 할 수 없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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