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아리나아 허핑턴이 쓴 ‘수면혁명’에 나오는 다음 두개의 꿈을 소개한다.   

1840년대 어느날, 일라이어스 하우(Elias Howe)는 재봉틀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손바느질이 전부였기 때문에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올 한올 인내심 있게 꿰매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번번이 실패만 거듭하던 하우는 어느 날 깜빡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는 어느 밀림을 헤매다가 미개인들에게 포로로 붙들려 그들의 왕 앞으로 끌려갔다.

그 때 왕은 하우에게 “너를 창으로 찔러 죽여야 겠다. 단, 지금부터 24시간 이내에 바느질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준다면 목숨을 살려 줄 뿐더러 공주를 아내로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허겁지겁 사력을 다해 보았으나 마감시간이 다 되도록 기계를 만들지 못해 결국 창에 찔려 죽게 되었다. 그런데 병사가 창을 들어올려 하우를 찌르려고 하는 순간 하우는 창끝을 쳐다보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창끝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그는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4시였다. 하우는 “참 이상한 꿈도 다 꾸는군”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번쩍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거다! 바느질을 하기 위해서는 바늘이 꼭 옷감을 관통해야 할 필요가 없다. 관통하지 않고 바느질이 되려면 바늘 구멍은 바늘 끝에 있어야 한다!” 하우는 당장 실험실로 달려가 꿈 속에서 본 창의 모양대로 바늘을 만들어 보게 되었고 이렇게 하여 역사적 발명품의 하나인 ‘재봉틀’이 완성되었다.

수면 중에도 기억을 회상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의 뇌 안에 있는 해마와 편도체 등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때때로 낮 동안에 있었던 경험과 감정은 뇌에서 되새김질이 되고, 꿈으로까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하우와 같은 발명가에게 수면 중의 뇌는 하나의 연구실이 되어 낮 동안에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종류의 꿈을 나는 연구몽(researching dreams) 혹은 창작몽(creative dreams)이라고 부른다. 발명가 하우를 찔러 죽이려는 ‘창 끝의 구멍’은 그가 바늘 귀의 위치를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에서 바라다 보도록 암시한 것이다.

발모제 개발에 관한 또 다른 꿈이다. 1890년대 세탁소에서 일하던 세라 브리들러브는 이상하게도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몹시 괴로운 나머지 그 증상을 없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꿈속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된다.

“커다란 몸집의 흑인이 내게 다가와 머리에 무엇을 섞어 발라야 하는 지 말해 주었다. 그 중 일부는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구해달라고 부탁하여 치료제에 같이 섞어서 두피에 발랐다. 그로부터 몇 주 뒤, 머리카락이 빠지는 속도보다 머리카락이 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나는 친구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고 똑같이 해보라고 했다. 친구들도 물론 효과를 보았다. 그래서 나는 제품화해서 팔기로 했다.”

바로 그렇게 하여 발모제 ‘원더풀 헤어 그로워’가 탄생했고, 그녀는 마담 C.J. 워커사를 설립하여 백만장자가 되었다.  

박문호 박사는 저서 ‘뇌 과학의 모든 것’에서 꿈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새롭고 불확실한 문제를 만났을 때 인간의 뇌는 의식과 무의식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합니다. 즉, 파충류 뇌 방식의 무의식적 병렬처리단계와 포유류의 의식적 수단을 함께 작용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의식적으로 그 문제에 주의집중 하지요. 그러면 무의식의 여러 처리모듈이 그 문제를 한꺼번에 병렬로 처리하여 그 결과를 의식상태에 통보합니다. 꿈속에서 문제해결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지요. 렘(REM) 수면 꿈에서는 전전두엽의 의식 수준에서 통제가 약화되어 기억에 자유롭게 접근되지요. 그래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정답에 접근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새롭고 불확실한 문제는 기존의 기억 연결이 효과가 없는 상황이지요. 그래서 의식적 통제 없이 무작위적 기억의 조합을 기대하는 상황이지요.’

새로운 창의력을 얻는 꿈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끈질긴 노력과 연구가 뒷받침 되어 두뇌에 지식과 경험이 상당히 축적된 이후에 가능해진다.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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