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두 명의 아이를 공개 입양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차인표·신애라 부부, 노숙생활을 했던 가난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로맨틱하게 하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이들의 일관성 있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 도구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상고출신이 서울대 출신을 이긴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부산상고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법대 출신 이회창씨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이라는 이름에는 ‘눈물의 노무현’과 같은 스토리가 있으나 이희창씨는 대쪽같은 이미지만 있을 뿐 스토리가 없다.

목포상고 출신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김대중' 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죽음을 넘나드는 드라마같은 인생 스토리가 연상되면서 지지자들에게는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 현대중공업의 광고 중에 생전의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짓겠다는 백사장 사진을 들고가서 배를 만들어 줄테니 사라고 하는 흑백 동영상 광고 장면이 있다. 늘 ‘해봤어?’ 라는 말을 달고 다니던 정주영 창업주의 이야기를 생전 모습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하면 된다’ 라는 기업의 스토리를 창업주의 육성으로 만들어낸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이다.

SKⅡ의 피테라 에센스는 일본의 나이든 주조사들이 얼굴에는 주름이 많아도 손이 아기손처럼 주름없이 깨끗한 것에서 발견된 피테라 원액 액기스를 90% 이상 함유해서 피부재생 효과가 뛰어나다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크게 성공한 브랜드가 됐다.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이다.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생생한 이야기 형식으로 감동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고 표현해야할까?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차별화되고 창의적인 이야기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는 청중의 주목을 끌수가 있다. 특히,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빌게이츠보다 스티브잡스 스토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부를 세습한 재벌보다 흙수저 출신의 성공 기업가에게 더 큰 감동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리더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보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성공하는 정치인의 스토리는 국민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진정성있게 헌신적으로 실천하는 감동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예를들어 정치인 안철수는 성공한 벤처기업가로서 참신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무대에서도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너무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닮아가면서 스토리가 분명했던 자신의 이미지를 갈수록 엷어지게 만들었다. 지금부터라도 안철수씨가 대권을 도전하는 성공하는 정치인이 되려면 벤처기업가로서의 성공적인 스토리를 정치에서도 일관성 있고 진정성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브랜드는 전달하고 싶은 주제의 핵심 메시지를 만들고, 그 메시지에 해당하는 사례를 발굴하여 이야기 하듯이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 브랜드는 처음 개발시점부터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지만 그 스토리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스토리의 흐름 속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감동, 갈등, 재미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항상 ‘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있는 광고를 전달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오리온 초코파이 브랜드를 강하게 각인시켜 왔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큰 가치는 행복, 사랑, 즐거움, 건강, 환경, 안전 등과 같은 것들인데, 이런 가치를 브랜드에 믿을만한 스토리로 연결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성공적으로 롱런할 수 있다. 예를들어 영국의 '러쉬(rush)'라는 화장품 브랜드는 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유기농 화장품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한 브랜드가 되었다.

1976년에 설립된 ‘더바디샵'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낸 천연제품을 이용해 화장품과 바디제품을 만들어 출시하고, ‘화려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답다’고 주장하던 아니타 로딕 창업주의 스토리텔링으로 세계 소비자의 마음을 꾸준히 감동시켜 왔다.

한편,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체험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즉,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고객과 함께 실행하고, 체험을 유도해 나가야 고객이 느끼는 브랜드 가치가 향상되어 충성도 높은 브랜드로 만들어갈 수 있다.

특히, 마케팅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제품이 탄생되는 시점부터 스토리텔링과 고객체험의 방법을 고민하고, 제품 패키지나 인쇄물, 그리고 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현시켜 나가야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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