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딛고 일어선 소상공인에 희망을㉙
중소기업신문-부자비즈 창업전략연구소 공동기획

대전 중리전통시장. 사진/편지수 기자
대전 중리전통시장. 사진/편지수 기자

유명 빵집·칼국수집 앞은 '북적'

전통시장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묻어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골목마다 추억이 있고, 저렴하면서도 신선한 먹거리와 푸근한 인심을 가진 상인들은 시장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산업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찾아온 비대면 트렌드 앞에서 전통시장은 첨차 쇠락해가고 있다.

35년의 역사를 가진 대전 중리전통시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인 곳 중 하나다. 대전 대덕구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시장으로 점포 205개가 등록돼 있으며 종사자 수는 315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고객 수가 5211명(2018년 기준)에 달할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시장이기도 하다.

부슬비가 내리는 평일 오전에 찾은 중리전통시장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장바구니를 들고 나온 손님들이 익숙하게 반찬부터 간식, 생활용품을 사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채소가게와 생선가게는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오갔다.

중리시장은 인근 지역사회와 맘카페에서 도매가격에 가깝게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채소와 육류를 판매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상인회 관계자는 “매일 새벽부터 채소와 생선을 준비하고 중간 마진을 줄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만큼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것이 장점”이라며 “서울,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분들도 계신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던 다양한 맛집들도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요소 중 하나다. 20여년 넘게 단골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방송에 ‘찐빵의 달인’으로 소개되면서 멀리서도 찾아오는 찐빵집은 중리시장의 명물이다. 평일 오전에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이들이 도너츠와 찐빵, 만두를 찾아 점포를 찾았다.

비 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는 손칼국수집은 점심시간 전부터 사람들로 꽉 찼다. 주문하자마자 금세 탁자 앞에 놓인 칼국수는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쫄깃한 면이 인기의 비결을 알려주는 듯했다. 살인적인 고물가로 점심값이 8000원을 호가하는 이 때에, 한 그릇에 5000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하는 곳이다.

여느 마트 못지않게 쾌적한 시설도 지역 주민들이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일찌감치 시설 현대화사업을 지원받아 깔끔하게 유지된다. 필요하다면 대형마트처럼 쇼핑카트를 끌고 시장을 볼 수도 있고, 대형 주차장과 모유수유와 휴게실까지 갖추고 있다.

대전 중리전통시장. 사진/편지수 기자
대전 중리전통시장. 사진/편지수 기자

스마트화 도전으로 상인들 재기 몸부림

모범적인 전통시장의 예처럼 보이는 중리전통시장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기자가 만난 중리시장 상인들은 오히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기가 찾아오면서 손님이 더 줄었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근처 시장에서 반찬과 간식을 사 먹던 손님들이, 일상이 회복되자 다시 외식을 하고 먼 곳으로 놀러 나가느라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부자비즈 창업전략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요 상권의 매출은 떨어졌지만 동네 상권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중리시장에서 손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양승지(60)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시장에 사람이 더 없다. 이곳 말고도 가맹점이 있는데 모든 시장이 다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엔데믹 전부터 계속되어 온 여러 가지 악재도 겹쳤다. 시장 인근 재건축 아파트가 준공되기만을 기다렸는데, 입주한 젊은 세대들은 전통시장의 고객층과는 거리가 멀었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전통시장을 찾을 수 있었던 노상주차장도 대전시의 어린이보호구역 정비사업 프로젝트 추진으로 축소될 위기다.

어묵과 핫바를 판매하는 김혜란(55)씨는 “엔데믹이라지만 손님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안 온다. 중요한 건 주차시설과 쾌적한 시설이지 (거리두기가 완화된다고)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진/편지수 기자
사진/편지수 기자

이벤트·주차장 등 지자체 지원 절실

중리전통시장 상인회는 앞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스마트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왔다. 이미 2013년에 장보기, 무료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온라인 마켓으로 연결되는 자체 어플을 만들기도 했다. 아케이드를 비롯한 현대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2019년에는 ‘중리 달빛 야시장’을 열어 먹거리, 놀거리를 함께 제공해 대덕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길이 줄어든 후에도 ‘삼겹살 데이’, ‘반찬 데이’ 등 다양한 이벤트로 손님을 유치했고, 대덕구 지역화폐 ‘대덕e로움’을 이용해 1만원 특화상품을 구매하는 ‘만원의 행복’ 이벤트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호응을 얻어도 일회성으로 끝날 뿐, 자금 등의 문제로 한계에 부딪히면서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상인회는 새로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인회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지원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호응을 얻었던 사업이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명애 중리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어플을 만들어도 제작된 매체와 연락이 안 돼 유지보수가 안 되거나, 장보기 사업을 도입해도 홍보나 설명이 적어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면서 “삼겹살데이 등 이벤트를 잔뜩 구상해놨지만 지원사업이 없어지면서 무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SNS를 통한 홍보가 트렌드인데다 상인들도 관심이 많아 관련 교육을 진행하면 굉장히 많이 참여한다. 새로운 시도를 멈출 수는 없다”면서 “시장과 소상공인진흥공단, 지자체까지 모두 힘을 합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