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0.75%p로 줄었지만…12월 1.25%p로 커질 듯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5%대에 달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24일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과 자금·신용경색 위험, 경기침체 등을 고려해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대신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4·5·7·8·10월, 이날까지 약 1년 3개월 사이에 0.25%포인트씩 일곱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2.75%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9.21)는 작년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상승률이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높아진 것이다.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은 11월 4.2%로 10월(4.3%)보다 낮아졌지만, 7월 역대 최고 기록(4.7%) 이후 다섯 달째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례적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도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이날 베이비 스텝으로 미국과의 격차는 일단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다음 달 연준이 최소 빅 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25%포인트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미 금리 격차 탓에 환율이 더 뛰면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각으로 이날 새벽 공개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 의사록 내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 결정 당시 다수의 FOMC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다음달 13∼14일(현지시간)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보다는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대출금리 이미 8% 육박…내년 '9% 금리' 시대 열릴수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당장 가계대출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은행의 예금금리 등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은행이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뛰고, 대출금리 상승 폭도 같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또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이후 0.25%포인트의 11배인 2.75%포인트가 오른 만큼대출자 한 사람의 연이자도 180만4000원씩 불어난 셈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지난 18일 기준으로 연 5.280∼7.805%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연 6.218∼7.770%)는 8%대에 바짝 다가섰고,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연 5.200∼7.117%)와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5.230∼7.570%)도 7%를 넘어선 상태다. 

이날 기준금리 상승 폭(0.25%포인트)만큼만 더 높아져도 현재 7%대 후반인 대출금리 상단은 조만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연내 8%대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또 시장 예상대로 한은이 내년 초 최고 3.75%까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9% 대출금리' 시대가 현실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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