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로그'가 불 붙인 '환전 수수료 면제' 은행권으로 확산
불편한 환전 경험에서 아이디어 출발…이젠 해외여행 필수품

하나카드 홈페이지 캡쳐
하나카드 홈페이지 화면 캡쳐

"발상의 전환이 차별화를 만들고, 유익한 경험과 이용 만족감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다."

소비재 시장의 '성공 방정식'이다. 이 글귀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치열한 '파이 싸움'을 벌이는 레드오션(시장 포화상태)에서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어려운 숙제로 통한다. 

국내 카드업계는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이다. 전업카드사 8곳에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겸영은행 카드사 13곳까지. 20여곳의 경쟁자들이 매년 각종 혜택과 프로모션으로 무장한 신용/체크카드를 쏟아낸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금새 사라지는 카드가 부지기수다. 히트 상품을 만들기도, 오랫동안 운영하기도 그만큼 힘들다.

카드업계에선 '반짝' 흥행을 넘어 현재까지 고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가장 '핫(hot)' 한 카드로 '트래블로그(Travlog)'를 꼽는다. 하나카드의 역대 최고 상품이자, 국내 카드사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동력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하나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37%대로 올라섰다. 전업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트래블로그가 효자였다. "수수료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깼다. 회사 수익을 줄이는 대신 카드 이용자 혜택을 크게 늘렸다. 트래블로그의 '환전우대 100%·해외 가맹점 이용수수료/해외ATM 출금수수료 무료' 혜택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1월 50만명이었던 트래블로그 가입자 수는 11월 말 300만명으로 1년 여만에 6배 넘게 증가했다. 트래블로그는 '짠테크'가 몸에 밴 2030 MZ세대의 해외여행 필수템이 됐다.

하나카드 내부에서는 서비스 출시 당시만 해도 이 정도의 성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래블로그는 출시 1년 반만에 하나카드의 '얼굴'이 됐다. 기존의 불편했던 환전의 관행을 바꾸는 것에 서비스를 집중했다. 여행 전에 영업점에 직접가서 거액을 한번에 환전하는 대신,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소액 환전하는 방식으로 해외여행의 경험을 바꿨다.

업계 파급력도 상당하다. 트래블로그의 강력한 서비스는 이제 해외여행 전용 카드의 스탠다드(표준)가 됐다. 최근 신한은행이 100% 환율우대, 해외결제·해외ATM 인출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담은 해외여행 전문 체크카드를 선보였고,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한 차원 더 나아가 금융권 최초로 '평생 무료 환전'을 선언했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트래블로그의 성공스토리는 하나금융그룹 조직 전체에도 긍정적 기운을 가져왔다. 하나은행과 하나손해보험 등 그룹내 계열사 금융상품과 시너지를 높이는 협력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해외여행객 전용 외화적금을 선보인데 이어 영업점 전용 '하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출국 직전 트래블로그 카드가 없는 여행객들은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즉시 발급 받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트래블로그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함 회장은 "본업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우리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룹내 상생과 성장의 대표 사례로 트래블로그를 꼽았다. 그는 트래블로그가 의미있는 실적을 기록할 때마다 하나카드를 직접 방문해 이호성 사장과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하나카드는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디지털전략본부 내 하나머니사업부를 트래블로그부로, 하나머니UX부를 트래블로그UX부로 바꿨다. 개별 카드의 이름이 부서명이 된 첫 사례다. 그만큼 전사적인 역량을 트래블로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나카드가 선보일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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