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경험 많고 누적수익 손실 초과하면 0% 배상 가능
투자경험 없이 예·적금 들러간 고객 불완전판매시 75%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62차례 가입해 쏠쏠한 수익을 얻은 50대 투자자 최모씨는 2021년 B은행 지점에서 직원 권유로 ELS 상품에 1억원을 가입했고, 올해 1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최씨는 그간 ELS 투자로 이번 손실 규모를 초과하는 이익을 얻었다. B은행은 전사적 ELS 판매독려를 하고 있었고 창구 직원은 최씨에게 ELS상품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빠뜨렸고, 투자권유 서류도 보관하지 않았다.

최모씨의 경우 배상비율은 0%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 측이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투자권유자료 보관의무 위반으로 35%의 배상비율을 적용받지만, 투자자 특성상 ELS 상품 가입 경험이 62회에 달하는 데다 1회 손실경험이 있어 25%포인트, 가입금액이 5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여서 5%포인트, ELS 누적이익이 이번 손실규모를 초과해 10%포인트가 차감된 결과다.

#2. ELS 투자경험이 없는 80대 투자자 김모씨는 2021년 예·적금 가입을 위해 A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A은행은 부적합한 투자자에도 ELS가입이 가능하도록 판매시스템을 운영했고, 창구의 직원은 김씨의 희망과 다르게 초고위험 상품인 ELS상품을 권유하면서 투자위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초고령자라고 특별한 배려도 하지 않았다.

김모씨의 배상비율은 75%가 적용된다. 은행 측은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 원칙 위반, 개별적인 부당권유 위반에 내부통제 부실로 최고인 50%의 배상비율을 적용받는다. 투자자 특성상 김씨가 초고령자인 데다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로 15%포인트가 가산되고, 예·적금 가입목적인데도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받아 10%포인트가 더해진 결과다.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ELS 투자손실과 관련해 판매금융사가 투자손실의 최대 100%까지 배상할 수 있다는 기준안을 내놨다.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에 따라 가능한 배상비율은 세밀하게 설계되면서 투자손실의 40∼80%였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에 비해 0∼100%까지 확대됐다. 

11일 금감원이 발표한 홍콩 H지수 ELS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판매금융사는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 최저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을 해야 한다. 배상비율을 정할 때는 판매사 요인(최대 50%)과 투자자 고려요소(± 45%포인트), 기타요인(±10%포인트)을 고려한다.

일방 책임만 인정될 경우 투자손실의 100%를 배상해줘야 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는 셈이다. 

판매사들이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을 위반,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20∼40%를 적용하며,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를 가중한다.

투자자별로는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인지, ELS 최초가입자인지 여부에 따라 최대 45%포인트를 가산하고, ELS 투자 경험이나 금융 지식 수준에 따라 투자자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최대 45%포인트 차감한다.

가능한 배상비율은 확대됐지만, ELS는 DLF 등 사모펀드와 다른 공모 형식으로 상대적으로 대중화·정형화된 상품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금융상품 관련 소비자보호 규제나 절차가 대폭 강화된 만큼, 평균 배상비율은 DLF당시(50∼60%)보다 하락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올해 들어 지난 1월 8일부터 두 달간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판매정책·고객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판매시스템 차원은 물론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됐다며, 기준안에 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판매사들은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영업 목표를 상향하는 등 무리한 실적경쟁을 조장해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고,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임의조정 하는 등 판매시스템 차원은 물론 개별 판매과정에서도 불완전판매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확인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기관·임직원 제재나 과징금·과태료 등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판매사의 고객 피해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서는 관련 기준과 절차에 따라 참작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각 판매사도 이번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을 실시할 수 있다고 금감원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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