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임종윤 사장. 사진/연합뉴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임종윤 사장. 사진/연합뉴스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약 3개월간 이어졌던 분쟁이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의 승리로 끝을 맺게 됐다.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제안한 이사 5인의 선임안이 모두 통과되면서다.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28일 9시부터 시작됐다.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문제를 두고 치열한 표대결이 예고된 만큼 업계의 관심도 주총 결과에 쏠렸다. 오전 9시에 시작된 주총은 오후 3시를 넘겨서야 결과가 발표됐다.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주주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에 따라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사내이사·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사봉관 변호사는 사외이사 직을 맡게 됐다. 

주총 직전까지 통합에 찬성하는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과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측이 비슷한 지분율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약 3만8500명으로 추산된 소액주주(한미사이언스 지분율 20.5%) 표심이 관건으로 떠오른 이유다. 

지난 1월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 속에서 한미약품의 신약 연구개발(R&D) 성과나 지난해 실적 등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양측 모두 상속세 문제 해결과 함께 '신약개발 명가' 한미의 자부심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지만 경영권 분쟁 탓에 다른 이슈가 묻히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연결기준 매출 1조4909억원·영업이익은 2206억원을 기록하며 14.80%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동기간 부채비율은 72.57%로 재무상태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지난 3년간 한미약품의 R&D 비용은 연결기준 ▲2021년 1615억원 ▲2022년 1779억원 ▲2023년 2050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매출 대비 13.4%에서 13.8% 수준을 오간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R&D 비중이 높고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의약품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한미약품이 내세우는 장점 중 하나다.

역으로 이처럼 높은 R&D 비중과 신약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R&D 비용이 최소 수천억원 이상이라는 점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상속세 재원 마련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성공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선 OCI그룹의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미약품은 꾸준히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기술수출 '빅딜'을 통해 R&D 성과를 증명한 제약사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기술수출이 회사의 R&D 능력 향상이나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사업 운용을 가로막기도 했다는 게 한미약품 측 입장이다. 

한미그룹은 앞서 "파트너사와 함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신약이 여러 문제로 개발이 중단돼 국내 신약으로만 한정해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한미의 한계"에 대해 언급하며 "후보물질의 효능과는 거리가 먼 파트너사의 경영 조건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후보물질이 반환됐던 경험"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임 부회장 역시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한미의 R&D 능력이나 후보물질의 성과와는 별개로 외적인 요소에 의해 신약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자체적으로 신약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자금력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임상 단계에서의 중도 기술수출이 아닌 자체적인 신약개발 완주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공시보고서 기준 한미약품은 2024년 3월 기준 바이오신약 1개(롤론티스)와 개량·복합신약 11개의 R&D를 마치고 시장에 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R&D가 진행 중인 건은 훨씬 더 많다. 비만·대사질환 영역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해 공시된 파이프라인은 23개에 달한다.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막하는 미국암학회 연례 학술대회(AACR 2024)에서 공개하는 연구 과제도 10건으로 업계 최다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p53-mRNA 항암 신약 ▲LAPSIL-2 analog(HM16390) 2건 ▲EZH1/2 이중저해제(HM97662) 2건 ▲선택적 HER2 엑손20 삽입 변이 저해제 ▲IRE1α 저해제(HM100168) ▲KRAS mRNA 항암 백신 ▲YAP/TAZ-TEAD 저해제 ▲이중항체 플랫폼(펜탐바디) 기반 BH3120 1건 등이다.

이번 주총에서 승리한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은 향후 한미약품의 R&D 성장 방향성에 대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확대와 CDO·CRO 사업 병행 추진 등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임종윤 사장은 "의약품 생산에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의 흐름상 바이오의약품의 빠른 생산을 위한 방법이 마련돼 있고 우리는 이를 잘 활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OCI홀딩스는 주주총회 직후 입장문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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