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 지난 7월 28일 런던 올림픽이 개막된 이후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습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더위를 쫓기 위해 올림픽 응원에 나섭니다. 5일 새벽 3시부터 시작된 한국과 영국 연합 팀간의 축구경기에서 한국팀이 연장전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축구 종주국 영국 팀을 극적으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하는 영광의 순간을 맛 보고나니 새벽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 이보다 앞서 3일 저녁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 팀이 역대 올림픽(하계 동계 포함) 100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는 위업의 순간을 맛보았습니다. 한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260개(하계215개, 동계 45개)의 금은동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런던올림픽에서 4일 현재 16개(금 9, 은 2, 동 5개)를 획득, 모두 276개가 됐고, 이런 기세라면 이번 대회로 300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팀이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이후의 일이지 70년대까지만도 금메달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의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땄지만 IOC기록에 손 선수는 일본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초의 한국인 금메달리스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였습니다. 그 무렵엔 금메달 종목도 레슬링 권투 유도 같은 격투기 위주였는데 지금은 수영 사격 양궁 마라톤 태권도 배드민턴 피겨스케이팅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한 펜싱에 이르기까지 한국선수들에겐 넘지 못할 장벽이 없다고 할 만큼 엄청나게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구기종목도 핸드볼 탁구 필드하키 등에서의 선전에 이어 이번에 축구도 4강에 진출함으로써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주최국의 프리미엄으로 4강에 진출했다는 세간의 오해를 말끔히 씻으면서 명실공한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렇지만 260개 메달 중 100개가 금메달인 한국팀은 확실히 은메달 동메달보다 금메달을 많이 땁니다. 은메달 동메달이 아무리 많아도 금메달이 적으면 낮게 순위를 매기는 한국식 계산법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는 메달 색깔의 차이가 백지장 차이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유도와 펜싱에서 금메달보다 소중한 동메달을 딴 선수를 통해 뜨거운 감동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100번째 금메달’도 기억해줘야 할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지만 색깔 구별 없이 ‘500번째 메달’, ‘1,000번째 메달’, 그리고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어도 최선을 다한 출전선수 모두를 기억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북한의 남자사격 소구경 복사 종목의 이호준 선수는 600점 만점에 599점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의 금메달은 남북한을 통틀어 올림픽에서 한국인이 획득한 최초의 금메달이었습니다. 그렇게 뜻 깊고 소중한 메달을 따놓고서 겨우 한다는 소리가 “원수(박정희 대통령)의 심장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수다.”였습니다.

런던올림픽에서 북한은 초반에 금메달 4개를 따면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같이 금메달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정은 칭송을 늘어놓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여자유도의 안금애 선수는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께 금메달로써 기쁨을 드렸다”고 했으며 역도의 엄윤철 선수는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이렇게 금메달을 쟁취했다”고 했습니다.

이러자 외신들은 “남은 기간 동안 북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선수가 더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진짜 놀랄 것은 북한의 메달리스트의 수상 소감에서 최고지도자가 언급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비록 이호준의 말 속에 들어 있던 남한에 대한 적개심이나 증오의 감정은 없다지만 스포츠를 체제와 일체화시킨다는 면에서 북한은 1972년이나 2012년 사이에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금메달을 더 따되 그들의 입에서 김정은 칭송을 빼는 변화를 보고 싶습니다.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은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도 올림픽과 같은 큰 스포츠 행사의 메달리스트에게 축전을 치거나 전화로 격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대중의 인기에 영합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런던 올림픽과 관련해서 일절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이 우리나라 정치가 성숙된 모습으로 진화하는 과정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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