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로 금융당국 등기이사직 해임권고 거부 정당성 잃어
시민단체 “효성그룹 총수일가의 오만함과 무책임 드러나”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이 사면초가다. 비록 고령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조세포탈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해 2심과 3심에서 조 회장의 형량이 낮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조 회장은 등기이사직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회계부정을 이유로 금융당국이 내린 등기이사직 해임권고를 행정소송으로 방어했지만,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지난 1월15일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비서진의 부축을 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조 회장의 '등기이사직 버티기'는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14년 검찰 기소로 비리가 드러나면서 ㈜효성에 대해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고 대표이사인 조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에 해임 권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효성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증선위 제재에 불복했다.

당시 회계기준처리위반 등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소송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비켜나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효성과 조 회장 등은 무시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금액이 130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크고 수차례 회계감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범행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회사 손실을 숨기고 249억원대의 배당을 한 것도 유죄로 판단했다. 분식회계로 탈세를 한데다 배당여력이 부족한데도 배당으로 자신의 주머니까지 채운 비도적적인 행위를 질타한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고 사적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효성 측의 항변도 “경영권 유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상 조 회장의 회계부정이 경영권 유지라는 사적이익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효성의 주총에서 조 회장의 등기이사직 유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초 검찰의 기소와 금융당국의 제재가 나올 당시 즉각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사과하고 제재를 받아드리는 모습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끝까지 버티다 ‘탈세범’ 판결을 받고서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효성그룹 이미지에 또 한번 먹칠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조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 72세 고령에도 남편의 비서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인 송광자 비서실담당 부사장의 거취 역시 주목되고 있다.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1심이라고는 하지만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조 회장이 결정을 미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이미 효성과 조 회장에 대해 냉담해진지 오래다.

경제개혁연대는 “(증선위 제재 불응은) 효성그룹 총수일가의 오만함과 무책임함,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대한 총수일가와 경영진의 인식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 회장 등 경영진이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증선위의 해임권고 조치를 받아드려 즉각 등기이사직을 사임해야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은 “법원이 조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한 것은 부당하고, 유죄 인정 받은 부분도 형량이 낮다”며 항소에 나선 상태다.

국내 재벌들은 죄를 짓고도 이를 인정하지도, 책임도 지지 않으려한다. 변명에만 급급하다. 이런 탓에 선진국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항상 대비가 된다.

효성과 조 회장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한다. 국민이 올해 효성의 주총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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