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넥슨 김정주 '뇌물 의혹'으로 사법처리 위기...엔씨 김택진 모바일로 부활 꿈

▲ 넥슨 김정주 회장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간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고 갈라선 지 1년여가 흐른 가운데, 김 회장이 비리의혹으로 사정당국 도마에 오르면서 엔씨에게는 오히려 약이 됐다는 평가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오른쪽)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1년전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넥슨 회장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리니지 성공 이후 뚜렷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넥슨에 손을 벌렸다가 회사를 뺏길 위기를 자초했던 김 대표는 올해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면서 부활을 꿈꾸고 있는 반면, 한때 엔씨 '점령군'으로 비쳐질 정도로 잘 나갔던 김 회장은 현재 ‘뇌물 의혹’으로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국내 1~2위 게임업체인 엔씨와 넥슨간 경영권 분쟁은 국내 게임업계를 강타했다. 넥슨은 지난 2012년 김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14.68%를 8045억원에 인수하면서 엔씨와 손을 잡았지만 애초 ‘단순 투자’에서 지난해 ‘경영 참여’로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양사의 갈등이 촉발됐다.

이후 양사는 자사주 소각, 배당 등 각종 현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넥슨은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 김택헌 전무의 보수공개를 요구, '가족경영'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엔씨 측은 비등기이사의 보수공개는 무리한 요구라고 맞받아 쳤다.

결국 김 대표가 넷마블과 손잡고 경영권 방어에 나선 뒤, 넥슨이 엔씨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분쟁은 힘겹게 끝났다. 넥슨이 왕성한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불려왔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김 회장과 넥슨의 평판은 싸늘해졌다.

그로부터 1년여가 되는 이 시점에 두 사람의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은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주를 무상으로 지급해 120여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게 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3일 소환조사에서 이미 "넥슨 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원을 무상으로 넘겨줬다"는 취지로 특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된 진 검사장도 전일 ‘자수서’에서 김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애초 자기 돈으로 샀다던 그의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물론 두 사람은 대가성이나 업무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해당 거래가 사실상 '뇌물' 성격이라고 보고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김 회장은 부인과 함께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넥슨의 부동산임대업 계열사였던 NXP를 헐값에 사들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향후 검찰에서 혐의가 모두 입증될 경우 김 회장은 무거운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반면 지난해 자신이 일궈낸 회사를 뺏길 위기에 처했던 김 대표는 현재 부활을 꿈꾸고 있다. 리더에서 ‘추격자’로 업계 위상은 바뀌었지만 ‘사골’이라는 지적을 받는 리니지의 모바일화에 속도를 내면서 다른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엔씨는 리니지 RK, 리니지 온 모바일 등 다양한 모바일 버전을 올해 국내외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 등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영업이익이 15% 감소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서울대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국내 벤처업계의 대표적 성공신화로 통한다. 김 회장은 국내 온라인게임의 시초라 불리는 ‘바람의나라’로, 김 대표는 리니지로 성공신화를 썼다. 하지만 김 회장이 비리의혹으로 자신이 써내려온 명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면서 그 평판도 갈릴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후 갈라선 것이 오히려 엔씨에 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입업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김 회장 사건이 도전정신으로 대변되는 한국 벤처세대와 게임업계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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