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금융위기 이후 금 사재기…한은 7년간 매수 안 해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본격화될 조짐입니다. 달러는 지난 3월 코로나19 충격 직후 해외로 나간 미국 자본의 본토 회귀로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헬리콥터 머니’가 지속 살포되면서 다시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현재 2018년 7월 이후 2년 만의 최저치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미국 연준이 오는 2022년까지 ‘무제한 돈풀기’를 공언했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7일(현지시간)엔 미국 공화당이 1조달러 규모의 5차 경기부양안도 공개했습니다. 더욱이 이같은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경제 회복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미국의 재정상태만 악화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경제성장 없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신 금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금값은 최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현재 2000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금값은 경제 위기가 닥치고 달러가 약해지면 어김없이 뛰어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금값 최고치 경신이 2008년을 뛰어넘을 경제위기의 전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거론되던 비트코인도 한동안 테스트하던 1만 달러를 돌파하고 새로운 시세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질수록 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 초 “18개월 안에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선 달러의 위상 약화를 미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지만 현재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의 돈풀기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 상황에 미국의 의지가 깔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과 디지털 달러의 출현 여부에 주목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향후 달러의 가치하락 속도가 빨라지거나 혹시라도 기축통화의 위상에 변동이 발생한다면 달러만 보유한 나라의 경우 충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양적완화가 본격화된 2008년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표시 자산을 축소하고 금 보유량을 늘리면서 달러 위상 변화에 대비해왔습니다. 달러 가치 하락 리스크를 회피하면서도 최근 금값 상승에 따른 자산 증가 효과도 톡톡한 상황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한국은행은 지난 7년간 금을 매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3년 금값 하락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은의 금보유량은 지난해 기준 104톤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전부 영국 영란은행에 보관돼 있습니다. 금은 경제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는 점에서 너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는 한은이 금 매입을 재개한다고 해도 이미 금값이 껑충 뛴 상황에서 금 보유량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향후 금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세계 중앙은행 금보유량 순위에서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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