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시스템 기술 독보적…54% 웃돈 주고 베팅
글로벌 고객사 확보·전기차 시장 선점 '시너지' 기대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이 한온시스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며 지분 인수에 큰 금액을 지급했다. 그 바탕에는 성장세가 둔화된 전기자동차 시장이 반등하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8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6514만4960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약 3651억원,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보유한 1억3345만0000주를 매입하는 데 1조3678억원 등 약 1조7329억원을 들여 한온시스템 최대주주에 오른다.
즉 한국앤테크놀로지는 이번에 인수한 한온시스템 지분 1주당 약 8725원에 사들이는 것이다. 한국앤테크놀로지의 공시가 발표된 지난 3일 한온시스템 주가는 종가 기준 6490원으로, 전날 대비 10.5% 오른 주가임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약 35%가 붙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이번 인수 전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번 거래를 통해 지분율이 50.53%까지 오른다. 시가총액이 약 3조원임을 감안하면 지분율 31%를 추가로 획득하는데 시총의 절반 이상의 비용을 들인 셈이다.
한온시스템의 재무상황이 그리 좋지도 않기에 높은 비용을 지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한온시스템 부채비율 268%며, 전체 부채 중 유동부채 53%다. 3조5000억원에 이르는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은 7785억원으로 유동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한국신용평가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인수자금 유출과 상대적으로 차입부담이 큰 한온시스템의 연결 편입으로 재무구조는 약화될 전망이다"며 "구주 취득자금이 외부 유출되며, 인수 전 부채비율 32.5%는 인수 후 73.6%, 순차입금/EBITDA 배율도 1.1배"로 오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온시스템의 몸값이 높을 수 있는 이유는 '기술력'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한온시스템 인수 건에 대해 "최근 한 달 평균 주가 대비 54% 프리미엄이 부여된 수준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여전히 높은 프리미엄을 한온시스템에게 부여하고 있는 이유는 믿어 의심치 않는 기술력이다"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과점적 위치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시기는 멀지 않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가리지 않고 자동차 공조부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일본의 덴소와 시장을 양분하는 기업이다.
최근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이 또한 시기의 문제라는 게 업계 대세 의견이다. 우선 매출 구조가 다변화돼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한온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의 23.5%가 현대차, 15%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포드(12.69%), 폭스바겐(10%), GM(7%), BMW(4%), 스텔란티스(4%), 메르세데스-벤츠(2%) 등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도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지역별로 구분해봐도 한국 매출 비중은 27%며, 유럽이 31%, 미국이 27%, 아시아가 15%로 다변화돼 있다.
특히 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가 전기차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에 따라, 전기차 보급 속도가 다시 오른다면 다각화된 매출 구조는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고객사별 친환경차 점유율은 현대차그룹 내 80%, BMW 내 90%, 폭스바겐 내 60%, Mercedes-Benz 내 70%다. 올해 3분기부터 현대차그룹 조지아 공장과 4분기 벤츠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2025년 상반기 BMW 물량까지 더해지면 매출 성장세가 기대된다.
여기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서는 초기 지분 매입 비용 외 추가 투자 비용 부담도 적은 점도 긍정적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4000억원 투자 계획 세웠으며, 집행금액은 계획보다 많은 4458억원이다. 한온시스템은 해당 금액을 "친환경차 관련 설비 투자"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각 국가의 규제가 심해지는 가운데, 한온시스템은 아시아와 미주, 유럽에 이미 공장을 설립해 놓았다는 점도 향후 투자 비용 부담을 줄이는 요소다. 특히 플루이드 트랜스포트(FT)나 유압제어장치(E&FP)는 미주와 유럽 공장 생산량이 아시아 지역의 두 배를 넘는다.

한국앤테크놀로지로서는 당장의 유동성 대응만 준비하면 큰 위기 없이 한온시스템의 성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국앤테크놀로지는 이번 한온시스템 인수 비용 1조7000여억원과 테네시 공장에 약 2조1433억원, 헝가리 공장 증설에 약 7885억원 등이 계획돼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하이테크 기업으로 도약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 계획이고, 한온시스템 인수는 그 일환으로 진행됐다"며 "기술적으로 중국과 차별성을 두고, 한온시스템의 공조 분야도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수 가격은 한온시스템의 성장성을 반영했을 때 적정한 가격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과 인수자금에 상응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신용등급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타이어 단일 품목에 영업기반이 집중돼 있으나, 이번 거래 이후에는 자동차 열관리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