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신 한국으로…선호 여행지·항공권 예약 1위
면세점·항공사 등 특수 기대…여행주 주가도 오름세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크게 늘었던 중국인 관광객이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에 가까운 규제에 더욱 많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나서면서다.
이에 중국인이 선호하던 일본 여행 대신 발길을 한국으로 돌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통 및 여행업계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며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뛰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컬쳐의 지속적 인기도 한국 관광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실제 국내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여행 상품 등을 소비해야 하지만, 자유여행 선호가 높아져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 코스피지수가 3.32% 하락한 3953.62로 장을 마치며 7거래일 만에 4000선이 무너진 가운데, 여행·호텔·카지노 주의 주가가 중국인 관광객 증가 기대감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18일 종가 기준 노랑풍선이 19.92% 급증했고 GS피앤엘 10.65%, 참좋은여행 4.88%, 서부T&D 4.76%, 파라다이스 2.88%, 롯데관광개발 1.70% 등 종목이 상승했다. 호텔과 카지노를 함께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3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증권가에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오며 연초 7560원에서 18일 2만 950원으로 177.2% 올랐다.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내에서는 형식은 '권고'지만 사실상 일본 여행에 대한 압박 메세지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여행사들은 일본 여행 취소시 전액 환불에 나섰고, 중국여행사협회 소속 마이스위원회는 다음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마이스 포럼'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사흘간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은 50여만 장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예약의 30%가 넘는 수치다.
일본 여행을 취소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방문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에 따르면 지난 주말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는 한국으로 집계됐다. 수 년간 1위를 차지한 일본을 제쳤다. 같은 기간 항공권 결제 건수 1위도 한국행이다.
최근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SNS를 타고 유행중인 '서울병'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선호 현상에 한 몫 하고 있다. '서울병'이란 서울 여행을 한 관광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서울을 그리워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수'에는 "서울에서 살고 싶다", "서울을 떠나면 내가 병이 난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중국한 틱톡 '더우인'에는 '서울병' 해시태그 영상 누적 조회수가 1억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케데헌'의 인기도 오랜 기간 지속되며 한국 여행에 대한 수요를 꾸준히 자극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중일 갈등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에 더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행선지를 바꾼 중국인들에 대한 기대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023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명 늘어날 경우 관광수입이 약 2조 5600억원 증가하고 국내총생한(GDP) 성장률은 0.08%p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100만명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 고전했던 면세점과 백화점도 모처럼 반등 기회를 맞았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은 무비자 시행 이후부터 약 한 달간 명동점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도 40% 늘었다. 롯데면세점도 같은 기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가 17% 증가했고, 중국인 매출 비중도 60%에 달했다.
다만, 중국 관광객의 일본 여행 감소가 국내 여행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관광주는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내국인 수요가 많아야 큰 수혜를 본다"라며 "현재 중국과 일본 간 관계 악화가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일령의 영향이 있겠지만 당장의 실적 개선보다는 장기적인 수요 회복 측면에서 더 의미가 있다"라며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여행 수요가 전부 한국으로 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계다. 한국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016년 80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사드 사태로 인해 이듬해 417만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2019년 602만명까지 회복했지만 코로나가 터지며 2020년 69만명, 2021년 17만명, 2022년 23만명으로 급감했다.
코로나가 진정된 2023년부터 다시 회복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445만명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약 252만명으로 500만명 돌파가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일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로 실적이나 실물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슈성이 아닌 꾸준히 한국 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