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시설에 5조 지출…셀바솔 영업전담 조직화
'중복투자' 의미 모호…파트너사 이해상충 문제 우려

셀트리온이 국내외 시설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위탁개발생산(CMDO) 사업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번복해 사업 전략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CDMO 법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이하 셀바솔)를 영업 전담 조직으로 변경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9일 열린 셀트리온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주로 CDMO 영업과 고객을 관리하는 PM 조직의 회사로 만들어갈 예정"이라며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가 영업을 해 셀트리온에 발주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사업 계획 변경의 주된 이유를 '인프라 중복투자' 방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생산 시설을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국내 시설 투자 계획도 밝혔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셀트리온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신규 부지 매입 대신 기존 잉여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인천 송도에 원료의약품(DS) 공장, 충남 예산에 완제의약품(DP) 공장, 충북 오창에 PFS 생산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충청 공장에서 증설하는 방향이 비용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18만 리터 규모의 공장을 기존 잉여 부지에 신설하는 데에 약 1조6000억원이 필요하며, 향후 36만리터로 확장할 계획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총 4조원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앞서 회사는 셀바솔의 국내 20만 리터 규모 신규 CMO 공장에 2028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부지당 투자금액만 비교한다면 이 계획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CDMO 수주 물량을 셀바솔에서 생산하려던 기존 구조가 셀바솔 영업-셀트리온 생산 구조로 완전히 변경됨에 따라, 파트너사와의 이해상충 문제도 제기된다. 미국 내 CMO 사업 진행 시 신약 개발사와의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서 회장은 "경쟁 제품은 셀트리온에 맡기지 않기 때문에 서로 제약이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CDMO 사업은 CMO 사업 대비 고객사와의 기술·데이터·공정 기밀 공유 범위가 넓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삼성에피스홀딩스와의 인적분할 배경에 대해, 파트너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의 기밀 유출을 우려한 점이 요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 본업의 내부 물량 생산 계획이 확대되며, CDMO 사업은 공백이 생기거나 작은 규모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셀트리온은 향후 연구개발에 연간 1조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신규 바이오시밀러 7종을 출시해 총 18개 제품을 상업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복투자라는 표현도 국내 시설 투자와 미국 공장 증설을 모두 포함한 개념인지 불명확하다. 셀바솔 출범 당시 셀트리온은 국내 중소 바이오텍 요구에 따라 신규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해, CDMO 사업은 국내 위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셀바솔의 사업 계획은 지난해 연말 발표돼 이번 국내 시설 투자보다 앞서기 때문에, 선행 계획을 뒤엎고 셀트리온 자체 시설 투자로의 방향 전환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미국 공장에서도 CDMO 물량 일부를 소화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해당 공장에서는 미국향 셀트리온 자체 제품과 릴리와의 CMO 계약 건을 통해 시설 가동률이 상당 부분 채워질 전망이다. 셀트리온도 "CMO 물량의 동시 생산을 위해 증설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향후 4년간 6만6000리터를 증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 CDMO 생산 여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 확충 이후로 사업 착수가 미뤄질 경우 최소 4년의 지연이 불가피하다.
셀트리온은 셀바솔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은 "국내외 투자 및 시장 상황을 고려해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CMO 사업 중 제일 중요한 PM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정확한 전략과 각 사의 역할은 시장 상황 및 관세 정책 변화를 확인한 후 최종 확정되면 공시나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