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서 24일 전 집 팔려는 억 단위 낮춘 급매물 나와
정책 번복에 불만 속출…고점 매수자 계약 파기 가능성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이 풀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재지정되고, 규모도 커지자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토허제가 다시 적용되기 전에 집을 팔기 위한 급매가 나오고 있고, 매수자들은 일단 지켜보는 분위기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강남 개발지역에 더해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시장에선 허가구역을 해제해놓고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재지정할 줄은 몰랐다며 예측불허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20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지로 발표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일대는 급매물이 나오는 가운데에도 매수자들이 나타나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다.
서울시가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에는 중개업소들이 단속을 피해 일제히 문을 닫은 가운데서도 매도를 서두르려는 집주인들의 급매물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허가구역 해제 호재로 호가가 32억원까지 올랐으나 지난 19일 오후에만 29억∼29억5000만원짜리 매물 3개가 나오기도 했다. 잠실 엘스에도 호가를 1억∼2억원가량 낮춘 매물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토허제 해제 호재로 호가를 높였다 다시 재지정이 되자 집이 안 팔릴까 급매로 돌아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매물을 찾던 사람들은 집값이 더 허락할 것으로 보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토허제 구역 내 주거지역 기준 6㎡ 초과(상업지역은 15㎡ 초과) 토지의 주택은 매수자가 2년 간 실거주를 해야 해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는 집을 팔기 어렵다. 임대차 계약 기간의 종료가 임박했거나 임차인의 퇴거 확약 등 증빙자료를 첨부하는 경우 외에는 매도가 쉽지 않다.
일부 강남권 중개업소에는 토허제 해제 직전 최고가에 팔린 매물들의 계약 파기가 나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토허제 매제 소식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다 고점 매수해버린 사람들이 계약을 포기할 수 있단 관측이다.
다만 직접 입주가 어려워 갭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24일 시행 전에 계약을 마무리하려는 수요로 인해 막판 '반짝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전망했다.
기존에 토허제로 묶여 있던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도 매수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압구정동은 올해 강남 토허제 해제 여파로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매도자들이 배액 배상을 감수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번 토허제 확대 지정으로 그 반대의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단 관측이다.
한편 토허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마포나 성동구, 강동구 일대도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대체로 관망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토허제 확대 지정으로 서울시내 전세 물건이 줄어들어 전셋값이 뛸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학기 이사철이 지나긴 했지만 토허제 지정으로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 안 그래도 강세인 전셋값이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논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