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T-887' 임상2상 효과입증 실패…차기 신약은 임상 진입도 못해
수익성 확보 못해 관리종목 사유 '법차손 문제' 해결 어려워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임상2상에서 유의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기술이전이 좌절됐다. 수입 창출원이 가로막히며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브릿지바이오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표한 BBT-887의 글로벌 임상2상 톱라인 데이터에서 1차평가변수의 유의미한 개선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앞서 BBT-887은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됐지만 1년 만에 반환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자체 연구를 통해 임상 연구를 진행했고, 지난 1월 열린 JPM 콘퍼런스에서 빅파마와 기술이전 협의를 하는 등 후보물질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처럼 브릿지바이오는 BBT-887의 개발에 주력해왔지만 기술이전 좌절로 인해 파장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바이오는 15일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열고 "이번 결과로 즉각적인 기술이전은 쉽지 않게 됐다"며 "추가적인 데이터와 하위분석 등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빅파마와 대화를 재개하면서 가능성을 보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추가 적응증도 검토 예정이다.
기술이전을 통한 수익성 확보 실패는 상장폐지 심사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하 법차손) 문제로 브릿지바이오를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법차손 비율이 최근 3년 중 2회 이상 50%를 초과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된다. 브릿지바이오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법차손 비율을 2022년 80.4%, 2023년 215.2%, 지난해 72.3%로 공시했다. 오는 2026년에도 해당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바이오는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 217만원·영업손실 19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 특성상 기술이전을 통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기술이전 매출은 2022년 30억원 이후 지난해까지 발생하지 않았다.
현금 여유가 없는 상황에 지출을 줄이고 재무상황을 개선해내가겠다는 입장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유동자산 233억6037만원을 보유했는데, 영업비용으로 총 190억원을 지출했다. 이중 가장 큰 부분은 경상연구개발비이다. 지난해 경상연구개발비 88억원은 전년 252억9918만원 대비 이미 65%나 줄인 수치이다. 연구개발비용만 따로 보더라도 2022년 376억원·2023년 333억원에서 지난해 126억원으로 급감했다. 차기 파이프라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연구개발비용 절감이 쉽지만은 않다.
주주를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87 임상2상 결과를 14일 장 마감 이후에 발표했다. 15일 종가 기준 6280원으로 전일 대비 29.91% 빠졌다. 16일 10시30분 기준으로는 4400원으로, 29.94% 더 떨어졌다.
올해 수익을 창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브릿지바이오는 차기 파이프라인 'BBT-301'을 라이선스아웃 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BBT-301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Pre-IND 미팅을 통해 임상1상을 생략하고 임상2상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임상은 지난해 하반기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외 'BBT-207'은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1/2상 진행 중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대웅제약에 아시아지역 대상으로 기술이전한 'BBT-401'은 임상2a상 결과 효력측면에서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해 후속 임상을 개발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