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높은 관세에 의한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고,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에도 적잖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쿠팡의 성장으로 온라인 쇼핑몰 기업, 물류 기업들은 오히려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새로운 변화와 대응이 절실해졌다.
뿐만아니라 AI 혁명이 모든 비즈니스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업무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AI가 바꾸는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우리의 사고방식과 습관은 물론, 사람들의 인간관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AI비서가 일정을 관리하고, 날씨 정보를 제공하며, 식당, 영화, 여행지 등을 추천해준다.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서비스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는 이런 빠른 시장변화와는 무관하게 양극단으로 나뉘어 끝없는 투쟁으로 불확실성만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대화와 타협, 협력이 필요하나 우리 정치 현실은 명령, 요구, 비판만 있을 뿐 대화와 토론이 없다. 어제 밤 대선후보 TV토론에서조차 상대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진정한 대화와 토론은 없고, 비판과 비아냥 그리고 자기 주장 뿐이었다. 그러니 창조도 발전도 없고, 훌륭한 리더도 나타나지 않는다.
세종대왕은 집현전을 국정과제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토론하고 질문했다. 그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인재를 육성하기도 했다. 창조는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진지한 대화와 토론의 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구글의 성장동력은 신기술이 아니라 직원들의 토론과 대화다. 대화와 토론은 명령과 지시가 아닌 협력으로 소통을 이끌어내고 목표를 이루게 한다. 특히, 어려서부터 대화와 토론, 그리고 질문식의 교육을 받아온 유대인의 협력은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세계 곳곳에 나가있는 유대인은 이스라엘로 돌아가거나 돈을 보낸다.
유대인의 동네에서 가난한 자가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서로 협력해서 돕지 않은 본인들의 책임이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배려하고 협력하는 리더십이 몸에 베이게 된다.
대화와 토론 외에도 목표와 비전 제시, 말이 아닌 행동이나 자기 희생으로도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을 갖는다. 이것이 리더의 설득력이다. 유대인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목표를 수립하고 어떤 난관과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실행을 한다. 말이 아닌 리더의 행동이나 실행은 조직원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필자가 가전회사 대표 부사장으로 입사해서 적자였던 회사 손익을 개선하기 위해 신년초 전직원 시무식에서 내 급여를 30%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직원들도 10%씩 삭감하겠다고 했다. 대신에 최선을 다해 연말 흑자가 나면 깎았던 급여를 한꺼번에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전직원이 똘똘뭉쳐 노력한 결과 5대 홈쇼핑사 최대 매출을 기록한 히트상품을 탄생시켰고 회사는 큰폭으로 흑자를 냈다. 약속한대로 삭감했던 급여를 한꺼번에 되돌려주고 추가로 인센티브까지 지급했다. 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것은 내가 먼저 30% 삭감을 했기 때문에 직원들도 공감하고 따라준 결과였다.
대학교에서 근무할 때, 100여명의 교수가 이메일을 공유하며, "이사장이 물러나야 한다",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 등의 논의를 자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소통과정에서 정작 교수 본인들은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책임질건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고 학교측에 요구 뿐이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리더가 먼저 솔선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도 명량해전에서 군사들이 두려움에 앞으로 나서지 않자 "본인이 죽어야 군사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며 대장선을 이끌고 혼자 앞으로 나아가 왜군을 격파했다. 이를 지켜본 군사들도 용기를 얻어 나아가 싸워 결국 승리하게 된다.
고통스러운 경험 또는 심리적 충격을 겪은 뒤 내면의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루는 과정을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PTG)’이라고 한다. 외상 후 성장은 개인은 물론,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 그리고 가난이라는 외상을 겪으면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최근 우리나라는 계엄과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극단적 갈등을 겪으면서 심각한 외상을 많이 입었다 . 앞으로 조만간 있을 대통령 선거이후, 외상 후 트라우마에 머물 것인지, 외상 후 성장을 이룰 것인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외상 후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그동안 갈라지고 찢겨진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하고,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맞서 대화와 토론, 그리고 협력과 실천으로 이끌어가는 설득력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사)한국강소기업협회, 한국은퇴자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 (경영학박사)
